9억 들인 '고복수 음악관'엔 흉상과 프린트물뿐…혈세 낭비 논란

하루 방문객 20명에 운영비만 연 4000만 원

6일 오전 11시 30분께 울산 중구 고복수 음악관. 단체 관람객이 관람을 마치고 음악관에서 나오고 있다.2026.1.6/뉴스1ⓒ 뉴스1 박정현 기자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울산 중구가 지역 대표 가수 고복수 선생을 기리기 위해 9억 원을 들여 조성한 '고복수 음악관'이 빈약한 콘텐츠와 관리 소홀로 시민들에게서 외면받고 있다. 매년 4000만 원의 운영비가 투입되고 있지만, 하루 방문객이 20명 남짓에 불과해 '예산 낭비'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오전 11시께 중구 성남동 '고복수 음악관'에 들어서자, 고 선생 흉상과 함께 그의 가수 활동 이력이 적힌 프린트물 약 10장이 벽면에 붙어 있었다. 그러나 전시물은 낡은 클라리넷과 드럼 세트, 레코드판 몇 점이 전부였다. 2층 전시실엔 고 선생과의 연관성을 찾기 힘든 중구의 옛 모습과 현재 사진들만 걸려 있었다.

음악관 앞 '고복수 길'은 1930년대 극장가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거리 곳곳엔 포토존이 마련돼 있었으나, 동상 하나 오른쪽 손목이 잘려 나간 채 방치돼 있었다. 벽면에 붙은 포스터들은 모서리가 해지고 뜯겨 흉물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날 현장에서 1시간가량 지켜본 결과, 고복수 길을 찾은 방문객들은 주로 음악관 인근 식당에 들어갔다. 선진지 견학을 온 단체 관람객 10여 명을 제외하면 음악관 문을 열고 들어간 시민은 2명뿐이었다.

고복수 음악관은 중구가 2018년 예산 9억 원을 투입해 지상 2층(연면적 125.62㎡) 규모 주택을 리모델링해 개관했다. 앞서 2016년엔 2억 원을 들여 인근 150m 구간을 테마 거리로 조성했다.

6일 오전 11시 30분께 울산 중구 고복수 길. 고복수 선생 동상의 오른쪽 손이 없다.2026.1.6/뉴스1ⓒ 뉴스1 박정현 기자

그러나 투입된 예산에 비해 운영 실적은 초라하다. 이명녀 중구의원에 따르면 2024년 11월부터 작년 10월까지 1년간 이곳을 다녀간 인원은 8658명으로 하루 평균 20명 수준에 그쳤다. 반면 운영비 등 관련 예산은 매년 4000만 원씩 투입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의원은 행정사무 감사에서 "개관 7년째를 맞았지만 지역 문화계나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상징성과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 전시 시설이 아닌 지역 음악인을 위한 녹음 공간이나 작업실, 소규모 공연장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정의해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중구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고복수 가요제와의 연계 부족 등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향후 울산 연예·예술인협회 등 전문단체와 적극 소통해 다양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고복수 선생(1911~1972)은 울산에서 태어났다. 고 선생은 1934년 '타향살이'로 가수로 데뷔했으며 '사막의 한' '짝사랑' 등 히트곡을 불렀다.

niw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