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7명 희생된 울산 참사…진정성 있는 사과 없었다

7일 오후 울산 남구 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현장에서 소방대원이 매몰자 수색 및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5.1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지난 6일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가 붕괴하면서 작업자 9명 가운데 7명이 목숨을 잃고 2명이 다쳤다. 그러나 대형 사고가 발생한 지 1주일이 지나서야 발주처·시공사 등 관계사 대표들이 고개를 숙였다. 그마저도 내용이 맹탕이었고, 진정성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공사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의 권명호 사장과 원청인 HJ중공업의 김완석 대표가 13잂 울산화력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15일에는 하청업체 코리아카코의 석철기·김래회 공동대표가 같은 자리에서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들 세 회사 대표 모두 사고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사고 원인과 책임에 대해선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피했다.

동서발전 권 사장과 HJ중공업 김 대표는 '사과문 발표가 늦지 않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모든 사원이 구조에 집중하느라 사과가 늦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HJ중공업 김 대표와 코리아카코의 두 공동대표는 저마다 사과문 발표가 끝나자마자 도망치듯 현장을 빠져나왔다.

수많은 언론사 취재진을 불러 모아 놓고 일방적으로 준비한 글만 읽고 퇴장할 것이었다면, 차라리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기자들의 질문은 국민과 유가족이 가진 의문을 대신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답변을 거부한 것은 '대국민 사과'라는 모양새만 갖추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뉴스1을 포함한 수많은 언론이 일제히 '늑장 사과' '반쪽짜리 사과' '알맹이 없는 사과'라는 비판을 쏟아낸 것도 이 때문이다. 사고 희생자 유가족들도 "원인 규명도, 진정성도 없는 일방적인 사과문"이라며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늦은 사과를 한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과의 정석을 규정한 법은 없다. 그러나 논어(論語)에는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라는 말이 있다. '잘못을 하면 즉시 고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진정한 사과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그 원인을 투명하게 밝히며,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고치겠다는 약속에서 시작된다.

이번 사고로 7명의 노동자가 유명을 달리했다. 회사 대표들은 국민 앞에서 과오를 직시하고 책임을 다하는 '진짜 사과'를 해야 한다.

niw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