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쾅·쾅' 5초 만에 무너져…300m 밖 천막까지 '충격파'
타워 4·6호기 해체에 폭약 140㎏·기폭 장치 120개 설치
발전소 굴뚝 반대 방향으로 넘어지며 파편·먼지 뒤덮여
- 김세은 기자, 박정현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박정현 기자 = "잘 넘어간 것 같네요. 처음부터 저걸 원했던 건데..."
11일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현장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만난 이안 씨(50대)는 "보일러 타워가 계획된 방향대로 제대로 쓰러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낮 12시께 보일러 타워 4·6호기에 설치된 폭약이 터지자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굉음이 '쾅 쾅' 두 번 울렸다. 300m 거리 밖에 위치한 취재진 천막까지도 충격파가 전달됐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타워 4·6호기 해체를 위해 총 140㎏의 폭약과 120개의 기폭 장치가 주요 지점에 설치됐다.
발파 직후 구조물 파편이 사방으로 튕겨 나왔고 뿌연 비산먼지가 바람을 타고 올라와 3분가량 하늘을 뒤덮었다. 현장 일대에는 메케한 폭약 냄새가 퍼졌다.
붕괴한 보일러 타워 5호기 양옆에 위치한 4·6호기는 절그적 소리를 내며 발전소 굴뚝의 반대 방향으로 동시에 넘어졌다. 하단 기둥이 먼저 부서지자 무게를 못 버틴 상부 구조물이 기울어진 채 내려앉았다.
약 60m 높이의 철골 구조물 두 대가 완전히 쓰러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초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다.
발파 현장 인근 언덕에는 해체 작업을 보기 위한 인근 주민과 작업자 10여 명이 모여들었다. 발파 5분 전 사이렌 소리와 함께 대피 방송이 흘러나오자, 구경꾼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묻어났다.
경찰은 울산화력발전소 후문에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에게 "안전을 위해 차량에 탑승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발파가 시작되자 사람들 사이에선 '악' 하는 외마디 비명도 흘러나왔다. 이내 먼지가 걷히고 나란히 쓰러진 구조물의 윤곽이 드러나자 안도의 한숨과 함께 안타까운 탄식이 교차했다.
이 현장에서 다른 작업을 했다는 이 씨는 "(이번 붕괴 사고가) 매우 안타깝다. 조금만 더 신중했으면 더 괜찮았을 텐데 좀 서두르는 경향이 있었을 것"이라며 말했다.
이 씨와 같은 작업복을 입고 있던 김영준 씨(50대)도 "다른 회사 소속이지만 현장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라 마음이 아프다"며 "불안 요소가 없어졌으니 구조도 빨라질 것 같다"고 전했다.
남구 주민 최명진 씨(64)는 "발파 소리 들으니까 심장이 쿵쾅 뛴다"며 "그만큼 위험한 작업장인 것 같다. 위험 요소가 이렇게 많은데 왜 미리 알지 못했을까"라며 말을 흐렸다.
현장에는 전문가들이 투입돼 발파 작업과 5호기 전후 상태 비교, 진입로 확보 가능 여부 등에 대해 진단하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안전 점검이 끝나는 대로 소방 인력 8개 팀 70여 명과 민간 해체전문가, 첨단 장비 등을 동원해 매몰자 수색·구조 작업에 돌입한다.
울산화력발전소에선 지난 6일 오후 60m 높이 보일러 타워 5호기가 붕괴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해당 타워 해체 작업 중이던 외주업체 직원 7명이 매몰됐으며, 이 가운데 3명이 숨졌다. 다른 4명 중 매몰 위치가 파악된 2명 또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나머지 2명은 아직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syk00012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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