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화력 붕괴 피해자 9명 모두 하청…"위험의 외주화가 근본 원인"

동서발전 산재 피해 95%가 하청 노동자…발전 5사 중 '최고'
최근 국감서도 지적됐지만…노동계 "다단계 하도급 개선해야"

울산 남구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나흘째인 9일 구조물이 붕괴돼 있다. 2025.11.9/뉴스1 ⓒ News1 조민주 기자

(울산=뉴스1) 조민주 기자 =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로 숨지거나 다친 근로자 9명 전원(사망 추정 포함)이 하청업체 소속인 것으로 확인돼 '위험의 외주화'가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화력 보일러 타워 5호기 해체 공사는 발주처인 한국동서발전이 HJ중공업에 시공을 맡기고, HJ중공업이 다시 발파·철거업체 코리아카코에 하도급한 다단계 구조로 진행됐다.

지난 6일 사고 당시 현장에 투입된 코리아카코 근로자 9명 중 정규직은 1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8명은 모두 단기 계약직 노동자였다.

이들은 지난달부터 44년 된 노후 보일러 타워의 '취약화 작업'을 진행하던 중 이번 사고를 당했다. '취약화'란 철골 구조물 일부를 미리 절단해 발파가 용이하게 하는 작업으로 하청업체 단기 노동자들이 위험이 가장 큰 작업에 투입됐던 셈이다.

'위험의 외주화' 구조는 하청업체가 원가 절감 압박을 받는 과정에서 숙련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거나 제대로 된 안전 교육을 실시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로 인해 현장에 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문제는 불과 19일 전 한국동서발전 등 발전 공기업 5사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던 것이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파주시을)은 지난달 23일 국감에서 "발전소의 위험은 하청노동자가 감당하고, 평가는 원청이 가져가며,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비·보수·하역 등 가장 위험한 공정이 외주화됐다"며 "이 구조가 숙련노동의 단절과 산업재해의 반복을 낳고 있다"고 언급했었다.

박 의원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 8월까지 동서발전의 산재 피해자 38명 중 원청 직원은 2명(5.3%)에 불과했다. 이 회사 산재의 94.7%(36명)가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됐던 것이다. 이는 발전 5사(평균 85% 이상)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와 관련 노동계에선 이번 사고를 '예견된 참사'로 보고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발주사-도급-수급-수급업체 내 비정규직으로 이어지는 위험의 외주화가 이번 중대재해의 또 다른 원인"이라며 "공공기관부터 위험을 전가하는 고용구조를 바로잡아 '죽음의 외주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 남구 남화동 소재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선 지난 6일 오후 기력발전 5호기 보일러 타워가 붕괴하는 사고가 나 7명이 매몰됐고, 이 가운데 3명이 사망했다. 이들 사망자 외에 현재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2명과 실종자 2명 등 4명은 아직 잔해 아래 깔려 있는 상태다.

minjum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