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자 깔릴 위험 알고도 '하부부터 철거'…울산화력 속도전 참사

계획서에만 '상부부터'…"공기 단축 위해 무리한 작업"
"철골 부식 등 변수 무시…하중 계산 충분히 안 한 듯"

7일 울산 남구 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매몰자 수색 및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5.1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사고 닷새째를 맞은 가운데 사고 원인과 관련해 다양한 추측과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사고 희생자 수습이 끝나면 곧바로 원·하청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본격적인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1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고 원인의 주요 쟁점은 '필로티식(하부 우선) 발파 해체' 공법 적용 여부와 '기둥 절단량 준수' 문제로 좁혀지고 있다.

뉴스1이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울산 기력 4·5·6호기 해체 공사 안전관리계획서'에는 필로티식 발파 공법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계획서엔 '저층 구간 구조물을 철거하던 중 구조물이 붕괴돼 작업자 매몰'의 위험도를 '상'으로 분류하고, 이에 대한 대책으로 '상부에서 하부 방향으로 철거 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을 개선 대책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선 하부 기둥을 미리 절단하고 상부 기둥을 절단하는 방식이 활용됐다.

울산화력 해체 계획서 '위험성 등급별 위험성 구분'.(김성희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또 계획서는 '벽체, 기둥 해체시 전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위험 등급을 20점 만점 중 12점으로 평가했다. 이는 '상당한 위험' 수준의 작업으로 '허용 불가'에 해당한다. 안전한 해체를 위해선 위험성을 8점 이하로 낮추는 개선 조치가 필요했다.

아울러 계획서에 따르면 보일러 타워 해체 공사는 지난 7월 완료 예정이었다. 이 때문에에 노동계에선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무리한 작업을 진행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외에도 계획서상엔 '관리감독자 없이 작업자만으로 작업 진행 금지' 조항이 있지만, 실제 현장엔 관리·감독자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앞서 브리핑을 통해 "사고 당시 타워에는 하청업체 직원 9명만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동서발전이 보일러 타워 철거 공사 입찰 때 제시한 기술 시방서에는 '다수의 유지 보수로 설계도와 현장 구조가 불일치할 수 있어 해체 전 중량과 구조 안정성 산정시 여유 값을 둬야 한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이와 관련 안전 전문가들은 이번 붕괴 사고 원인에 대해 "기둥 절단 과정에서 하중 계산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 도면만 참고해 철거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에 붕괴사고가 난 보일러 타워는 44년 된 노후 시설로 4년 전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이 타워는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어 해풍 등에 의한 부식이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안전 전문가는 "철골 부식이나 내부 부식 등 구조적 변수들을 무시한 채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원·하청업체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희생자 구조가 끝나는 대로 관련자들을 소환해 공사 방식과 안전 관리 실태 전반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niw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