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자외선·가시광선 번갈아 쬐어 세포 죽이는 기술 개발"

빛 파장에 따라 조립과 분해를 반복하는 광 스위칭 분자의 작동 원리.(UNIST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빛 파장에 따라 조립과 분해를 반복하는 광 스위칭 분자의 작동 원리.(UNIST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번갈아 가며 쬐어 세포를 죽일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이 기술은 피부암 같은 표재성 암 치료 원천 기술이나 생명 과학 연구를 위한 분자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자형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교수팀이 빛의 파장에 따라 조립과 분해를 반복할 수 있는 광 스위치 분자인 'Mito-AZB' 분자를 개발했다고 30일 UNIST가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분자는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 축적돼 미토콘드리아 막에 반복적인 압력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세포 자살(apoptosis)을 유도할 수 있다. 이는 가시광선을 받으면 분자끼리 조립돼 단단한 섬유구조를 만들었다가 자외선을 받으면 이 섬유구조가 분해되는 분자 특성 덕분이다.

이 섬유구조 유무에 따라 미토콘드리아 막 표면은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는 듯한 물리적 스트레스로 손상되고, 손상된 막 사이로 미토콘드리아 안에 들어있던 세포자살 유도 물질이 세포질 내로 흘러나와 세포가 죽게 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좌측부터 유자형 교수, 김상필 박사(제1저자), 김도현 박사(제1저자)(UNIST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실험 결과, 이 분자를 세포에 주입한 뒤 자외선과 가시광선을 번갈아 쬐자 세포 미토콘드리아 막전위가 붕괴하고 자살 유도 물질이 세포 내에서 급격히 증가했다.

연구팀은 3가지 성분을 조합해 이 분자를 개발했다. 세포 안에서 미토콘드리아를 찾아가는 '길잡이' 성분과 빛에 따라 구조가 변해 결합력을 바꾸는 '아조벤젠' 성분, 그리고 '형광 염료'다. 형광 염료는 형광 현미경으로 분자 이동과 조립 과정을 관찰하기 위해 넣은 물질이다.

유 교수는 "빛을 직접 비출 수 있는 피부암 등 표재형 암 치료는 물론, 세포 소기관 기능을 잠시 멈추거나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그 기능을 규명하는 기초 연구 분자 도구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에 지난 8일 실렸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syk00012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