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보살폈는데 폐쇄 위기"…유기동물 보호소 신고제 앞두고 '막막'

민간동물보호소 신고제 시행 임박…울산에선 단 2곳 신고

21일 울산 북구의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2025.8.21./뉴스1 ⓒ News1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민간동물 보호시설(사설 유기동물보호소) 신고제 전면 시행을 1년여 앞두고 울산지역 사설 보호소들이 시설·입지 관련 법적 문제에 발목이 잡혀 철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21일 찾은 울산 북구의 A 보호소. 길거리를 돌아 다니던 유기견 한두마리를 보살피던 것에서 시작해 현재는 개와 고양이 100여마리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A 보호소 조금자 소장은 지자체 도움 없이 오로지 후원금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15년째 운영해왔지만, 최근 구청으로부터 '1000만원' 고지서를 통보받아 운영 중단까지 고심하고 있다.

보호소 사무실과 지붕으로 쓰이는 컨테이너와 철골 등이 미승인 가설 건축물로 민원이 제기돼 이행강제금이 부과된 것이다.

조 소장은 "처음에 비닐하우스로 시작했는데 눈이 많이 오고 무너져서 강아지들이 많이 다친 적이 있었다"며 "그 이후로 시민들이 모금하고 기증해서 설치된 지붕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생계 유지도 힘든데 시설 이전을 준비할 기간도 없이 감당하기 힘든 이행강제금을 맞닥뜨렸다"며 "아이들이 시 보호소로 보내져서 안락사되는게 가장 큰 걱정"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21일 울산 북구의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 지붕.2025.8.21./뉴스1 ⓒ News1 김세은 기자

A 보호소가 위반건축물 시정명령 사전 통지를 받고 이행강제금 부과를 통보받기까지 걸린 기간은 단 4개월이었다.

A 보호소 인근에 위치한 B 보호소도 최근 건축법 위반으로 수백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떠안게 됐다. 이들 보호소 철거를 막기 위해 5000명 이상의 서명이 모였지만, 북구는 이행강제금에 대한 유예나 취소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지역 내 사설 보호소 대부분이 불법 건축물이나 가설 건축물 등의 형태로 보호소 설립이 어려운 임야나 농지에서 운영하고 있어 법적 쟁점 문제에 놓인 상태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 자체 조사에서도 전국 사설 보호소 102곳 중 80곳이 입지와 건축물 관련 규정과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 4월 법 시행까지 사설 보호소 신고 조건에 맞추려면 기존 시설을 철거하고, 적합한 입지와 기준에 맞는 시설을 다시 설립해야 하는데 그 기준이 까다로워 사실상 폐쇄 수순으로 내몰리고 있다.

21일 울산 북구의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2025.8.21./뉴스1 ⓒ News1 김세은 기자

현재 울산에서도 사설 보호소 8곳 가운데 신고 절차를 밟은 보호소는 단 2곳에 불과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예전부터 동물 보호를 해오셨던 분들이라 할지라도 건축법이나 농지법 등 타 법령상 저촉사항을 해소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사각지대에 놓인 사설 보호소들이 폐쇄될 경우 이들이 보호하던 유기동물들은 지자체 위탁 보호소로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울산시에서 위탁 운영하는 보호소는 울산 유기동물 보호센터 1곳 뿐이고, 직영 보호소는 아예 없는 실정이다.

울산지역 유기동물은 지난 2021년부터 4년간 매년 약 2900마리로 추산되고 있어 사설 보호소가 대거 폐쇄될 경우 지자체 위탁 보호소는 포화 상태가 될 우려가 크다.

지역 동물보호단체 한 관계자는 "사설 보호소를 양성화해서 관리하겠다는 취지의 제도지만 현장의 구조적인 어려움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며 "관련 부처 협의를 통해 일정 유예기간 동안이라도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yk00012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