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맨이 쏜 공…열일하는 울산공무원들 "홍보됐다면 만족"

남구 '남주사와 소희씨'·중구 '중구형과 중구언니' 듀오 케미
모두가 즐길 재미 평균치 찾기 노력…'지켜야 할 선' 고민 많아

울산 남구(왼쪽)과 울산 중구 SNS 릴스 갈무리

(울산=뉴스1) 김지혜 기자 = 충주맨이 공직사회에 푼 것은 독일까 약일까. 충북 충주시의 유튜브 채널이 흥행하면서 충주맨은 전국 인기스타가 됐고, 지자체뿐만 아니라 사기업, 공기업 등 유튜브 채널 운영을 안하는 곳이 없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울산 지자체 홍보공무원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처음에는 농담으로 시집을 못 가지 않을까, 여자로서 망가지는 일이 쉽지는 않았는데 아메리칸아이돌 릴스가 대박이 터지면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고 재미있어 해주시는 모습에서 전환점이 됐다. 보고 울산을 찾아와주시면 그걸로 만족한다"

인스타그램 릴스 191만 조회수 주인공, 울산 남구 소속 이소희 주무관이 14일 이같이 말했다. '소희씨'로도 불리는 이소희 주무관에게 아메리칸아이돌 패러디 영상을 제안한 건 바로 같은 구청 소속 남영식 주무관이다. 남영식 주무관은 '남주사'라는 별명으로 홍보 업무를 맡고 있는 선배이자, 남구 홍보에 없어서 안 될 '아이디어 뱅크'다.

울산 남구 소속 남영식 주무관과 이소희 주무관. ⓒNews1 김지혜 기자

'홍보맨'들의 노력이 닿은걸까. 아메리칸 아이돌에 등장한 울산공무원이라는 제목의 인스타그램 릴스는 조회수 191만, 좋아요 2.6만을 기록했다. 누리꾼들은 '울산 한번도 안가봤는데, 가야 할 이유가 생겼소','다시는 울산을 노잼도시라고 부르지마라'고 반응했다. 또 실제 올해 수국축제는 약 한 달간 축제 기간동안 관람객 40만명 관광객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대박'을 이뤄냈다.

매일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회의하며 자칭 '남 엔터'라 칭하는 남영식 주무관은 "맡고 있는 업무의 본질이 구청의 사업과 정책을 알리는 홍보이기 때문에, 재미보다는 본질인 홍보의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망가지는 것이 두렵지 않다는 이소희 주무관은 "제작하는 홍보 영상이 특정 연령, 특정 세대를 타깃하는 영상이 아니기 때문에, 남녀노소 연령불문 모두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평균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울산 중구 소속 이재준 주무관과 최보영 주무관.ⓒNews1 김지혜기자

울산 남구와 양대산맥을 이룬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쾌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자체가 있다. 바로 이웃동네인 울산 중구다. 울산 중구에도 듀오 케미를 자랑하는 '중구형'과 '중구언니'가 있다. 울산 중구서 홍보 업무를 맡으며 유쾌한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는 이재준 주무관과 최보영 주무관이다.

이들은 활동명에 소속된 지자체가 붙는다는 것 자체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이 얼마나 지자체에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들은 "너도나도 모든 지자체에서 유튜브나 SNS홍보 영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의 척도인 조회수에 신경쓸수 밖에 없으나, 선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준 주무관이 강조한 '지켜야 할 선'은 과열되는 SNS 홍보 시장에서 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에 대한 고민이다. 이 주무관은 "충주맨 이후 홍보맨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근본적인 정책 홍보보다 캐릭터가 주는 스타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요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주무관은 "지자체에서 하는 좋은 정책과 사업을 영상으로 잘 녹여내려는 과정을 애쓰고 있다"며 가장 애정하는 콘텐츠로는 유튜브 기준 조회수 223만회, 좋아요 2.4만을 기록한 '태화강이 사기인 이유'로 꼽았다. 영상은 이 주무관이 목소리만 출연한 채 오로지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에 대한 정보를 담았는데, 충분히 큰 관심과 '울산 시민분들 최고' '진짜 태화강 너무 사랑해요' 등의 따뜻한 반응이 이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콘텐츠는 이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끝으로 중구언니 최보영 주무관은 "여러 사람들에게 얼굴이 공개되는 것, 장시간 촬영으로 지치는 등 힘든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자체 퀄리티가 아니다', '중구언니 잘 보고 있다' 등의 반응만으로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며 "중구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서도 모두 열심히 임하고 있기 때문에 울산 전체가 홍보되는 긍정의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joojio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