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마르는 수박 꼭지·누런 잎 "이젠 장마…이래저래 힘들어"
일조량 감소·수요 증가 '금수박'…바싹바싹 꼭지에 에누리
열무 가격 2배 이상 '껑충'…"농가도 시름, 종자값도 안나와"
- 김지혜 기자
(울산=뉴스1) 김지혜 기자 = 16일 울산 농수산물 소매동 채소코너에서 만난 상인 A 씨는 "올해 초 한 단에 2500~3000원에 팔던 조선 열무가 7000원까지 가격이 배로 뛰었다"며 "폭염 때문에 죽겠다"고 하소연했다.
이 상인은 "올해가 평소보다 역대급 폭염이었다고 하던데 밤에 들어온 물량이 밤새 팍 삭아 노란 잎들이 엄청났다"며 "괜찮은 물량을 고르고 골라 팔기 위해 진열해놔도 더운 날씨에 밑에 깔린 작물의 잎들이 노랗게 변하고 무르기 일쑤"라며 말했다.
못 팔아 버리는 물량이 많아지는데, 폭염으로 인해 들여오는 가격부터가 많이 올라 더 이상 가격을 낮추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그는 "농가에서도 10개 중 7개는 버리고 3개 정도만 우리한테 팔 수 있다더라. 종자값도 안 나오는 힘든 상황이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최근 울산을 비롯한 남부지방에는 평년보다 훨씬 일찍 종료되는 '마른장마'가 이례적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7일부터 7월 7일까지 11일간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또 역대급 폭염까지 겹쳤다. 지난 2일에는 울산지역 최고기온이 39도까지 치솟았고, 평균 여름 기온도 역대 4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과일동은 마른장마와 폭염으로 '덕을 봤다'는 곳도 있었다. 복숭아, 자두 등 과일은 비에 취약하다. 비가 많이 오게 되면 무르고 당도도 떨어지게 된다.
이번 마른장마 덕에 "당도가 최고다"란 말까지 나왔다. 과일 상인 B 씨는 "이번에 비가 안 와서 복숭아가 엄청 맛있다"며 "가격도 싸다. 한 박스에 1만 원에 가져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일동의 상황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일조량 감소 여파로 수박 생육이 지연되고, 폭염으로 인한 수요가 증가하며 수박이 '금 수박'이 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11일 기준 울산지역의 상품 수박 1개의 소매가격은 2만 9100원으로 작년(2만 1336원)보다 36% 상승했다.
실제로 이날 수박은 2만 5000원~2만 8000원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었다. 상인 C 씨는 "날이 더워 수박 꼭지가 계속 말라 어쩔 수 없이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며 "상태가 좋은 수박은 3만 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폭염에 이어 이번에는 장마 전선 영향권에 다시 들어서며, 상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전날부터 울산지역에 내리는 비는 북태평양 고기압·오호츠크해 고기압의 경계에 나타나는 장마 전선의 영향으로 오는 19일까지 짧은 장마가 예보돼 있다.
상인 D 씨는 "더우면 더운 대로 잎이 누렇게 죽어버리고, 장마면 장마인 대로 비에 젖어 잎이 무른다"며 "이러나저러나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joojio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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