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2차원 자성체서 자기저항 30배 이상 조절하는 기술 개발

신물질인 Fe5GeTe2의 전자현미경, 나노소자 사진. (울산대 제공)
신물질인 Fe5GeTe2의 전자현미경, 나노소자 사진. (울산대 제공)

(울산=뉴스1) 조민주 기자 = 국내 연구진이 나노미터(nm) 크기의 2차원 자성체에서 자기저항을 30배 이상 조절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초저전력·초고속 전자 소자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반도체 기술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전자 소자 개발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대학교는 김상훈 교수 연구팀이 박태언 KIST 박사팀, 김세권 KAIST 교수팀, 김경환 연세대 교수팀, 이창구 성균관대 교수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2차원(2D) 자성체 Fe₅GeTe₂에서 자기저항을 30배 이상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자기저항(MR) 효과는 각종 자기 센서 및 차세대 메모리(MRAM)와 같은 데이터 저장 장치의 핵심 원리로 활용된다.

특히 거대 자기저항(GMR)과 터널 자기저항(TMR)은 지난 30년간 데이터 저장 기술 발전을 이끌었으며 이를 발견한 공로로 2007년 알베르 페르와 피터 그륀베르크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연구팀은 나노 전자소자 내 자성체에 전류를 흘려 강자성체(FM)에서 반강자성체(AFM)로의 상전이를 유도해 자기저항 변화를 기존 5%에서 170%까지 증가시켰다.

이는 기존의 자기저항 제어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으로,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2차원 자성체의 원자층 사이에 존재하는 반데르발스 틈(gap) 때문임을 밝혀냈다.

특히 전류를 이용한 자기 상전이는 1996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이론적으로 제안된 이후 30년간 실험적으로 입증되지 못했던 현상이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며 차세대 전자 소자 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2차원 소재는 원자층 수준의 초박형 물질로 전자적·광학적·기계적 특성이 우수해 반도체, 에너지, 센서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성과가 기존 반도체 기술의 한계를 넘어, 초저전력 인공 뉴런 소자, 마그논 트랜지스터, 차세대 AI 칩 및 양자컴퓨터와 같은 고성능 전자 소자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상훈 울산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차세대 스핀트로닉스 소자의 핵심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구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김광수 울산대 박사과정생(제1저자)과 안효빈 성균관대 연구원(제1저자)은 4년간 연구를 주도하며 성과를 이끌어냈다. 대학과 국가 연구기관 간의 협력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는 국내 학-연 협력 모델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았다.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지난달 28일 게재됐다.

minjum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