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의 영화읽기]우아한 거짓말-사람, 상처, 용서
- 이상길 기자

(울산=뉴스1) 이상길 기자 =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검(劍) 한 자루를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검은 날카롭다. 하여 타인에게 쉽게 상처를 준다. 심지어 자신마저도 그 검에 베일 때가 있다.
우연찮게 내뱉은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고, 자신의 무관심이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다.
아예 상처를 주기 위해 작정을 하고 쏘아붙이는 경우도 많다. 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난 후에는 타인에게 준 상처가 이번엔 자신에게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세상은 늘 검객들의 칼부림이 난무하고 언제나 상처투성이다.
나이 어린 학생들이라고 다를까. 순수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 그곳에서도 칼부림은 난무한다.
친구들의 따돌림으로 인해 상처투성이로 살아가는 아이들은 이른바 '왕따'나 '은따'라는 또 다른 이름이 붙여진 체 상처받는데 지쳐 가끔 사선을 넘나들기도 한다.
<우아한 거짓말>에서 여중생 천지(김향기)는 반 친구들 사이에서 소위 '은따'다. 내성적인 성격 탓이 크다.
우울증 증세까지 있는 천지를 심하게 괴롭혔던 친구는 두 명. 바로 화연(김유정)과 미라(유연미)다.
화연은 천지를 위하는 척하면서도 자기중심적으로 무심결에 내뱉은 말이나 행동들이 천지에게 커다란 상처를 준다.
은따 천지와 잠시 친하게 지냈던 미라는 어른들과 관련된 일을 계기로 냉정하게 돌아서면서 천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된다.
<우아한 거짓말>에서 칼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피 흘리는 장면도 없다. 하지만 그 어떤 영화보다 잔인하고 아프다.
눈빛이나 행동, 말 한마디로 상처받는 여자아이들의 이야기라서 더욱 현실적이다. 흡사 모든 인간관계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다.
'은따' 천지가 우울증을 이기고 혼자만의 조용한 학교생활을 위해 교실에서도 취미삼아 했던 뜨개질의 둥근 실타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천지는 최대한 넓게 짠 뒤 다시 푸는 행위를 반복하는데 그 털실의 색깔이 빨간색이다. 피 흘리는 장면이 없어도 왠지 잔인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아한 거짓말>이 단순히 친구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왕따나 은따들의 이야기가 전부인 영화는 아니다.
그것보다는 좀 더 넓고 큰데 특히 천지를 가장 심하게 괴롭혔던 화연을 다루는 장면에서 두드러진다.
비록 천지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장본인 가운데 한 명이지만 영화 속에서 화연에 대한 복수는 없었다.
게다가 가해자 화연이 순식간에 피해자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의도 자체를 확장시킨다.
그렇다. <우아한 거짓말>은 어른이든 아이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칼부림 자체를 저지하려는데 목적이 있지 않다.
다시 말해 마음 속 칼을 버리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애시 당초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너도 나도, 심지어 영화 속 어린 천지마저도 잘 알고 있다.
사람 때문에 상처를 받지만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인간'인 게지.
하지만 천지가 떠나면서 남긴 메시지는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고통으로 얼룩질 수밖에 없는 삶의 궤적이란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고, 그곳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시간이란 동아줄을 부여잡고 견디는 것 밖에 없다. 천지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이렇다.
"잘 지내고 있지? 지나고 나니 별거 아니지? 고마워, 잘 견뎌줘서."
천지의 죽음은 자살이라기 보다 순교에 더 가깝다. 어린 아이라서 어울리지는 않지만 때론 거짓말이 우아할 수 있는 것처럼 모든 삶은 그렇게 아프지만 찬란하다.
13일 개봉. 러닝타임 117분.
lucas02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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