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선거, 강성후보들 몰락 왜?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된 파업으로 피로감 극대
'귀족 노조'란 부정적 여론도 부담감으로 작용
조합원들 실리·중도 후보 선택…8일 결선 투표
- 변의현 기자
(울산=뉴스1) 변의현 기자 = 현대자동차 새 노조위원장 선출을 위한 조합원 1차 투표에서 모든 강성후보가 탈락한 것과 관련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역 노동계는 해마다 연례 행사처럼 되풀이 돼 온 파업으로 조합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해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더 이상 국민들 사이에서 '귀족노조'로 불리고 싶지 않은 조합원 정서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투표에서 60%가 넘는 조합원이 강성보다 실리와 중도를 표방한 후보를 선택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강성노선 후보 3~5위 탈락 이변
현대차노조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5일 실시한 제5대 위원장 선출을 위한 1차 투표에서 현장 제조직(계파) 가운데 하나인 현장노동자의 기호 2번 이경훈 후보가 1위, 들불의 기호 1번 하부영 후보가 2위를 차지했다.
제3대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 후보는 실리 노선,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을 역임한 하 후보는 중도 노선으로 각각 분류된다.
이 후보는 전체 투표자 4만2911명(전체 조합원 4만7246명·투표율 90.82%) 가운데 45.42%(1만9489명)의 지지를 얻었고, 하 후보는 19.25%(8262명)의 표를 받았다.
나머지 후보들은 강성으로 분류되는데 금속연대의 김희환 후보가 14.44%(6195명), 민주투쟁위원회 손덕헌 후보가 11.43%(4903명), 민주현장의 김주철 후보가 8.66%(3714명)로 각각 3, 4, 5위를 기록했다.
1, 2위 후보의 합계 지지율은 64.67%로 1차 투표에서 절반 이상의 현대차 조합원이 강성보다는 실리와 중도를 택했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 4만7000여 조합원의 수장 자리는 실리, 중도 노선의 후보들끼리 경합을 벌이게 됐다.
현대차 노조 선거 규정에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해도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 결선 투표를 다시 치러서 과반 득표자를 선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선관위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선거 규정에 의거해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8일 결선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강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 표심 움직여
강성 후보들의 몰락에는 조합원들의 강성 집행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크게 작용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후 1994년과 2009~2011년 등 4년을 제외하고 줄곧 파업을 벌여왔으며, 강성 집행부가 이를 이끌었다.
역시 강성으로 분류된 현 집행부의 경우 창사이래 46년 만에 새로운 근무형태인 주간 연속 2교대를 도입하는데 성공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 2년 동안 수많은 파업을 주도했다.
이로 인해 회사는 2조 7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노조 스스로도 국민들로부터 "귀족노조가 배부른 투쟁을 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결국 현 집행부의 현장노동조직 '민주현장' 소속 김주철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최저 득표를 기록하며 탈락했다.
지역 노동계 전문가는 "파업과 관련해 쏟아지는 여론의 뭇매와 국민들의 부정적 시선이 조합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강성의 후보들이 떨어지고 실리와 중도를 표방한 후보가 1차 투표를 통해 결선에 오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8일 결선 '조직력' vs '인물론' 박빙
현대차 노조위원장 선거가 5파전에서 1대 1 구도가 되면서 현대차 조합원들의 표심이 어느 후보에게로 향할 지가 관심이다.
이경훈 후보는 2009년부터 현대차 노조 역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무파업을 끌어낸 인물이다.
당초 예상대로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우며 1차 투표에서 과반수에 근접하는 45.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들불과 현민노·현민회·소통과연대 등 군소조직과 연합해 출마한 하부영 후보는 초반 약세로 시작했지만 예상을 깨고 결선에 올랐다.
그는 다른 후보들과 다르다는 인물론을 내세우며 꾸준히 지지세를 끌어올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노조의 한 소식통은 "하 후보가 강성 후보를 지지했던 조합원들의 표를 얼마만큼 끌어 모을지가 관전 포인트"라며 "2차 투표에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어찌됐건 1차 투표를 통해 조합원들이 안정을 원한다는 메세지를 전한 만큼 두 후보 가운데 누가 위원장이 되든 과거처럼 무조건적인 투쟁은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노동운동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일지 주목되는 이유다.
bluewater20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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