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분노속' 울산 8세의붓딸 폭행치사 현장검증

거짓말을 한다며 8살 된 딸을 때려 숨지게 한 계모 박모(40)씨가 30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자신의 아파트에서 현장검증 후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13.10.30/뉴스1 © News1 노화정 기자
거짓말을 한다며 8살 된 딸을 때려 숨지게 한 계모 박모(40)씨가 30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자신의 아파트에서 현장검증 후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13.10.30/뉴스1 © News1 노화정 기자

(울산=뉴스1) 김규신 기자 = “공부도 잘하고 학교에서도 친절하고 착한 아이여서 따른 아이들도 많았어요. 꿈이 작가라고 했는데...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30일 오전 울산 울주군 범서읍의 한 아파트.

20여 명의 주민이 마당에 모인 가운데 한 주부가 이렇게 말을 하며 차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날 이 아파트에서는 계모 박모(40)씨의 폭행으로 숨지고 만 A양 사건에 대한 경찰의 현장검증이 이뤄졌다.

박씨는 24일 오전 2000원을 몰래 가져가고도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8살의 어린 의붓딸을 폭행,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구속된 상황.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얼굴을 가린 박씨가 도착하자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의 범행을 지탄했고 일부는 분노가 섞인 욕설을 던지기도 했다.

거짓말을 한다며 8살 된 딸을 때려 숨지게 한 계모 박모(40)씨가 30일 오전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자신의 아파트에서 현장검증 후 경찰 이송차에 오르고 있다. 2013.10.30/뉴스1 © News1 노화정 기자

현장검증이 이뤄지는 동안 이곳저곳에 모인 주민들은 취재진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가슴에 담고 있던 이야기를 꺼냈다.

앞서 언급한 주부는 A양과 같은 학교, 같은 반에 다니는 학생의 학부모다.

이 학부모는 박씨가 계모라는 것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다만 심하게 공부를 시키고 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치 선생님이 제자를 대하는 듯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살갑게 대하는 것은 둘째 치고 스킨십 같은 것도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A양이 사고를 당한 이후에 같은 반 친구를 잃은 자신의 아이도 큰 충격을 받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 학부모 외에도 이웃 주민 대부분은 착하고 귀엽던 어린 이웃에게 이런 사실이 일어난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

거짓말을 한다며 8살 딸을 때려 숨지게 한 계모 박모(40)씨에 대한 현장검증이 30일 오전 울산 울주군 범서읍의 한 아파트에서 이뤄졌다. 현장검증 후 주민들이 곳곳에서 모여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2013.10.30/뉴스1 © News1 김규신 기자

1학년 때, 그러니까 지난해 A양과 같은 반에 아이를 보냈다는 일부 학부모들도 충격 탓인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듯 했다.

1시간 가량의 현장검증이 이뤄진 후 박씨와 A양이 살던 집을 찾았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두 사람 모두 지난 주말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갈 계획이었지만 둘 모두 계획과 달리 각자의 길을 밟고 말았다.

경찰은 박씨가 담담하게 A양을 주먹으로 때리거나 발로 차는 등의 범행을 재연했는데 이 과정에서 범행을 후회하는 듯 이따금 눈물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삿짐이 빠진 텅 빈 집 안은 가을 햇볕이 환하게 내려쬐고 있었지만 을씨년스러운 찬 공기는 여전히 내부 곳곳을 휘감고 있는 듯 했다.

hor20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