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분노속' 울산 8세의붓딸 폭행치사 현장검증
- 김규신 기자

(울산=뉴스1) 김규신 기자 = “공부도 잘하고 학교에서도 친절하고 착한 아이여서 따른 아이들도 많았어요. 꿈이 작가라고 했는데... 설마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30일 오전 울산 울주군 범서읍의 한 아파트.
20여 명의 주민이 마당에 모인 가운데 한 주부가 이렇게 말을 하며 차마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날 이 아파트에서는 계모 박모(40)씨의 폭행으로 숨지고 만 A양 사건에 대한 경찰의 현장검증이 이뤄졌다.
박씨는 24일 오전 2000원을 몰래 가져가고도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8살의 어린 의붓딸을 폭행,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구속된 상황.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얼굴을 가린 박씨가 도착하자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의 범행을 지탄했고 일부는 분노가 섞인 욕설을 던지기도 했다.
현장검증이 이뤄지는 동안 이곳저곳에 모인 주민들은 취재진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가슴에 담고 있던 이야기를 꺼냈다.
앞서 언급한 주부는 A양과 같은 학교, 같은 반에 다니는 학생의 학부모다.
이 학부모는 박씨가 계모라는 것은 전혀 몰랐다고 했다.
다만 심하게 공부를 시키고 딸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치 선생님이 제자를 대하는 듯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살갑게 대하는 것은 둘째 치고 스킨십 같은 것도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A양이 사고를 당한 이후에 같은 반 친구를 잃은 자신의 아이도 큰 충격을 받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 학부모 외에도 이웃 주민 대부분은 착하고 귀엽던 어린 이웃에게 이런 사실이 일어난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
1학년 때, 그러니까 지난해 A양과 같은 반에 아이를 보냈다는 일부 학부모들도 충격 탓인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듯 했다.
1시간 가량의 현장검증이 이뤄진 후 박씨와 A양이 살던 집을 찾았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두 사람 모두 지난 주말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갈 계획이었지만 둘 모두 계획과 달리 각자의 길을 밟고 말았다.
경찰은 박씨가 담담하게 A양을 주먹으로 때리거나 발로 차는 등의 범행을 재연했는데 이 과정에서 범행을 후회하는 듯 이따금 눈물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삿짐이 빠진 텅 빈 집 안은 가을 햇볕이 환하게 내려쬐고 있었지만 을씨년스러운 찬 공기는 여전히 내부 곳곳을 휘감고 있는 듯 했다.
hor20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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