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년창업센터 통해 세 번째 인생 도전"

설립 1년 715명 창업 지원…"세분화된 컨설팅, 지속 컨설팅" 등 개선 요구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삼성의료원에 위치한 서울시 장년창업센터(사진제공=서울시) © News1

여성 의류 전문점 '가온 인터내셔널' 고수경(44) 대표는 한국관광공사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다 1999년 패션을 공부하기 위해 직장에 사표를 내고 4년 동안 일본 문화여자대학 복장조형학과에서 공부했다.

고 대표는 현재 20~40대 여성들이 입을 수 있는 일본 의류 브랜드 4개 회사에 디자인을 제공해 오더를 수주하는 기획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시절 패션쇼에 참가해 영화 '철도원' 감독 기쿠찌에게 실험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대만의 주요 일간지에 자신의 작품이 실리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고 대표는 2006년 첫 창업 이후 2번이나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고 대표는 2006년 '야농'이라는 개인브랜드를 런칭해 온라인으로 옷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처음 창업을 시작했을 때에는 만들고 싶은 옷을 마음껏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흥분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점점 재고가 쌓이고 처음으로 만들었던 제 브랜드는 결국 내려야했습니다"

고 대표는 "창업 실패 후 사람들이 입고 싶어하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동향과 시장 상황을 파악하는 데 서툴렀던 고 대표는 이후 기획과 영업 등 기초적인 부분들부터 찾아서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장년창업센터에 입주할 사람들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신문을 통해 보게 됐어요. 기초적인 부분부터 차근차근 다시 준비하는 저에게는 안성맞춤이었죠"

고 대표는 201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장년창업센터에 입주해 창업 초기에 필요한 패션 창업 컨설팅교육을 받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맥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이후 올해 5월 세 번째 창업을 시도했고 최근 바이어에게 오더를 받아 의류를 디자인하고 출시를 앞둔 상황이다.

"장년창업센터를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창업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어요. 앞으로 안정적인 매출구조를 만들고 제 브랜드를 런칭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서울시 장년창업센터는 전문성과 경력을 갖춘 40대 이상 조기 퇴직자들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2011년 8월 강남구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자리에 문을 열었다.

약 4000㎡ 규모의 센터에는 25개의 창업보육실과 세미나실, 전산실습실, 창업카페 등 창업에 필요한 지원시설을 갖춰 예비 CEO들이 제품개발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서울시는 2011년 8월부터 장년창업센터 1기와 2기 각각 250명과 215명을 선발해 6개월 동안 창업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업종별로 창업지원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시는 2011년 8월과 올해 2월 입주한 1기, 2기생 465명 중 169명이 창업에 성공해 그간 32억4800만원의 매출과 415명 신규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온라인·유통업 창업이 88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교육·컨설팅 창업 46명, IT·제품특허 창업 35명 순으로 나타났으며 연령대는 50대 초반이 가장 많았다.

올 8월에 3기 250명이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거쳐 입주를 마친 상태이다.

이들은 '창업 멘토제'와 '창업컨설팅', '비즈니스 교류', '마케팅 및 홍보' 등 다양한 지원을 받게 된다.

◇ 장년창업센터, 개선점 남아있어

장년창업센터 (사진제공=서울시) © News1

설립한 지 1년이 된 센터는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었다.

장년창업센터에 2기로 입주한 양하나(57) '채홍갤러리' 대표는 50대라는 늦은 나이에 실생활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실용한복을 제작하는 창업에 도전했다.

양 대표는 "장년창업은 청년창업과는 다르게 시간이 없고 나이 때문에 불안감이 크다"며 "성공마인드를 키우고 두려움을 없앨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장년창업은 시간적, 금전적인 여유가 많지 않기 때문에 창업을 시작하는 데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쇼핑몰 창업 컨설팅 회사 노노스 송현숙 대표는 "장년창업은 잃는 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며 "행동력이 부족한 데 자발적으로 행동해 독립해 나갈 수 있도록 코칭해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년창업센터는 일대일 코칭프로그램, 원포인트 레슨 프로그램 등 일반(유통‧온라인) 창업, 지식(교육·컨설팅) 창업, 기술(IT·제품특허) 창업으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한 분야에 있어서도 다양한 분야로 나눠지기 때문에 좀 더 세분화되고 전문적인 컨설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수경 대표는 "패션업 컨설팅을 받을 때 한복, 캐주얼, 여성복 등 여러 가지 패션업의 종류가 있는데 이 많은 패션업 창업자들을 한꺼번에 모아놓고 컨설팅을 받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규인 서울시 창업소상공인과 주무관은 "장년창업의 특징을 파악하고 좀 더 장년창업이 활성화를 띨 수 있도록 기존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며 "세부적인 분야까지 컨설팅 교육을 진행할 수 있도록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장년창업센터 입주기간은 6개월이며 최대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입주기간을 마친 일부 장년창업자들은 아직 완벽한 기업으로 자리 잡지 않았기 때문에 센터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 제공이나 판로 개척을 위한 홍보 지원금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장년창업센터 1기로 입주했던 박영숙(50) '에바 프로덕션' 대표는 올 5월 동대문패션비즈센터에 입주해 여성의류를 제작하고 일본 의류 브랜드에 옷을 판매하고 있다.

박 대표는 "패션업은 제품을 홍보하고 세계의 바이어들과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나 박람회 참석이 필수"라고 말했다.

센터 내 입주해 있을 때에는 창업가들이 전시회나 박람회에 참석해 홍보활동을 할 수 있는 비용을 센터 측에서 지원해 줬지만 현재는 창업자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해 옷 만들기에 집중할 수 없을 만큼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제품을 홍보 할 수 있는 전시회를 마련해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 며 "센터 입주기간을 모두 수료하고 나왔지만 박람회나 전시회에 나갈 수 있도록 재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센터 설립이 1년밖에 되지 않아 계속 보완해 가고 있다"며 "지원 부문은 예산을 파악하고 수요를 조사해 가능한 범위까지 지원할 수 있도록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 장년창업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은 창업자들이 창업에 대한 진지한 '공부'를 해야하며 정부나 시는 이들에게 지속적인 도움을 줘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성철 강남대 실버산업학과 교수는 "기본적인 창업 관련 준비를 비롯해 책상에 앉아서 창업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사업계획서 작성과 같은 기본적인 작업을 거쳐 탄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신영 한양사이버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도 "창업을 준비하는 장년들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기대치를 너무 높게 잡지 말고 경영이나 재무관리 등 경영지식을 쌓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년창업은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경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아이템을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정부당국의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지원프로그램들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장년창업을 지원하는 데 있어서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컨설팅이 필요하다"며 "장소별, 업종별 컨설팅을 실시해 창업자가 시장에 나갈 수 있는 준비를 철저히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컨설팅 도움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bhj26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