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태균 "'오세훈 몰라요'는 단일화 얘기"…녹취는 달랐다

법정 녹취엔 "원한 것도 아니고 내 혼자"·"오 시장 관계없이"
결심공판 하루 앞두고 새 해명…진술 신빙성 막판 쟁점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6.9.4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구진욱 기자

"오세훈이는 몰라요."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항소심 막판, 이 한마디를 둘러싼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2021년 사업가 김한정 씨와의 통화에서 이 말을 했던 명태균 씨가 결심공판을 앞두고 새로운 해명을 내놨기 때문이다. 자신이 말한 '모른다'는 대상은 여론조사가 아니라, 오 시장과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전략의 세부 진행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돼 공개된 당시 통화의 앞뒤 문맥을 살펴보면 명 씨의 설명과는 다른 흐름이 나타난다. 결국 명 씨의 새로운 설명과 2021년 당시 실제 대화가 양립할 수 있는지가 항소심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다.

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명 씨는 전날 서울고법 형사7부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2021년 3월 6일 김 씨와의 통화에서 나온 자신의 발언을 해명했다.

당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시로 단일화 전략을 추진했고, "오세훈이는 잘 몰라요"는 것이 여론조사의 존재를 몰랐다는 뜻이 아니라 단일화 전략의 세부 진행을 보고받지 않았다는 의미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돼 공개된 통화의 흐름은 다르다. 김 씨가 자신이 한 일을 오 시장이 "나중에 다 알겠지"라는 취지로 말하자 명 씨는 "그 사람 몰라예, 알릴 필요도 없어예"라고 답했다.

김 씨는 "필요도 없는데 내가 미친놈이 된 거지"라고 받았다. 이 같은 대화의 흐름을 보면 명 씨가 말한 '모른다'의 대상이 단일화 전략의 세부 진행 상황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해당 대목에는 '단일화'나 '안철수'라는 표현도 없다.

다른 대목은 더 직접적이다. 김 씨는 "원한 것도 아니고 내 혼자 해 가지고", "나는 시장한테 직접 얘기 들은 것도 없고"라고 했다. 이에 명 씨는 "오 시장 관계없이 형님하고, 형님이 그래 도와주고 해서", "내가 오세훈이한테 10원짜리 하나 달란 말 안 합니다"라고 했다. 명 씨가 여론조사 결과를 오 시장에게 주지 말라는 취지로 말한 대목도 있다. 의뢰 주체와 비용, 결과 전달에 관한 이런 발언에 대해 진술서는 별도의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명 씨의 주장은 앞서 자신이 했던 다른 발언과도 맞지 않는 대목이 있다. 그는 오 시장이 여론조사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같은 통화에서는 "오 후보가 왜 이기는지도 모르잖아요"라고 말했다. 이는 자신이 오 시장에게 '이기는 여론조사'를 직접 설명하고 의뢰받았다는 종전 진술과 결이 다른 대목이다.

또 자신이 말하는 단일화 전략의 핵심인 여론조사 결과를 오 시장이 아닌 김종인 위원장에게 전달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보석으로 풀려난 명태균 씨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위반 혐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6.8.28 ⓒ 뉴스1 박정호 기자

통화 시점을 근거로 한 주장 역시 흔들린다. 명 씨는 3월 4일 후보 확정 이후인 6일 통화에서 경선용 여론조사를 논의할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통화에는 '마지막 돌린 조사', 여의도연구원 조사, 비용 등 후보 확정 전 진행된 여론조사에 관한 대화가 이어진다.

게다가 명 씨는 진술서에서 4일 이후인 13일 통화에서 김 씨가 오 시장과 무관하게 한 독자 조사라고 인정했다. 3월 6일과 13일 모두 오 시장이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된 4일 이후다. 명 씨 스스로 후보 확정 이후에도 오 시장과 무관한 여론조사가 이뤄졌다고 인정한 셈이다. '후보 확정 이후'라는 시점만으로 6일 통화를 여론조사와 무관한 대화로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다만 명 씨가 결심공판 직전 진술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명의 신빙성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 법정에서 새롭게 공개된 녹취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결국 판단의 기준은 제출 시점이 아니라, 새 해명이 2021년 당시 두 사람이 실제 주고받은 대화의 전체 맥락과 양립할 수 있느냐다.

한편 재판부는 해당 녹음파일을 명 씨 진술의 신빙성을 따져보기 위한 탄핵증거로 채택한 상태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