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월 3750원짜리 AI 사다리와 20대 지지율 15%
서울시의회, 청년 AI 사다리 예산 56억 전액 삭감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15%'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20대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다. 뼈아픈 성적표다.
청년은 행동과 선택을 보고 움직인다. 살아갈 환경이 각박해진 탓에 실익이 없는 정쟁이 끼어들면 청년들은 등을 돌린다.
서울시의회는 서울시가 청년 50만 명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이용을 지원하겠다며 편성한 '청년 AI 사다리' 예산 56억25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56억2500만 원은 이번 2차 추경 총액 2조8053억 원의 0.2%다. 대상 50만 명으로 나누면 1인당 월 3750원 남짓, 그것도 석 달짜리 시범사업이었다.
시의회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사전협의 미이행과 근거 부족을 이유로 예산을 모두 지웠다.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의 허점을 따지는 것은 의회의 책무지만, 설계가 부실하면 대상을 줄여 검증하거나 일부만 감액할 수도 있었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건 예산이 최종 삭감된 날, 민주당 시의원들이 공동주관한 '청년 디지털 사회권 보장을 위한 AI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는 점이다. 이런 행보에 청년들 입장에서 '오세훈표 사업'이라 반대했다고 느낄 법하다.
같은 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요구해 온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의 제도적 근거를 담은 조례 개정안이 통과됐다. 2020년 도입됐다가 직무활동의 50.4%가 집회·시위·캠페인으로 나타나는 등 논란 끝에 2024년 폐지된 사업이다.
청년의 취업과 미래 경쟁력을 지원하는 사업은 '준비 부족'을 이유로 한 푼도 남기지 않으면서, 운영 방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져 온 사업에는 다시 길을 열었다.
청년 정책은 늘 마지막에 놓이고, 가장 먼저 지워진다. 20대 지지율 15%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숫자가 아니다. 앞서 얘기했듯 실익이 없는 정쟁에 청년은 등을 돌린다.
젊은 정치인을 장관으로 발탁한다고 청년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길 뿐이다. 청년을 외치기 전에, 그들 앞에 놓인 사다리부터 걷어차지 말아야 한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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