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보면 정원"…서울, 도시 전체 바꾸는 실험
이벤트 넘어 인프라로…'정원도시 서울' 본격화
서울의 새로운 실험…일상 속 박람회 구현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5월 서울숲에 들어서면, 뭔가 달라진 것이 느껴질 수 있다. 나무 사이로 낯선 정원이 생겨나 있고, 골목 어딘가에 꽃이 피어 있고, 걷다 보면 어느새 한강까지 초록길이 이어진다. 도시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원 안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다음 달 1일 개막하는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만들어낼 풍경이다.
서울시는 지난해에만 1000만 명이 다녀간 서울국제정원박람회의 규모를 올해 더 키우기로 했다. 서울숲을 중심으로 한양대역~성수역~건대입구역을 잇는 약 10㎞ 구간에 '선형정원 네트워크'를 조성한다. 시민들은 특정 장소를 찾지 않아도, 걸으며 박람회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실험이다.
서울시의 도시 실험의 출발점은 의외로 단순했다. '걸어보는 것'이었다.
지난 2023년, 오세훈 서울시장과 시 간부들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현장을 찾아 하루 3만 보 가까이 걸으며 동선과 공간을 몸으로 확인했다.
그때 발견한 것은 정원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혼자 온 사람부터 가족 단위 방문객까지 모두가 자연스럽게 머물고 있었다.
오 시장은 이때 "정원을 즐기던 사람들의 얼굴 속에서 우리가 고민했던 문제의 해답을 찾았다"며 "시민들은 정책을 이해가 아니라 경험으로 받아들인다"고 강조했다. 도시 정책 역시 시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2024년 기존 '서울정원박람회'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로 확대했고, 무대는 뚝섬한강공원으로 옮겼다. '정원을 공간에 만드는 것'에서 '도시 자체를 정원처럼 만드는 것'으로 개념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결과는 숫자로 확인됐다. 개막 5일 만에 100만 명이 다녀갔고, 관람객의 90% 이상이 만족했다. 무엇보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조성된 정원이 '시민대정원'으로 남아 도시 인프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이벤트가 인프라로 전환된 순간이다.
지난해에는 경제적 파급력이 숫자로 확인됐다.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누적 방문객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박람회장 인근 상권(도보 20분내)의 신용카드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238% 증가하는 등 경제적 효과가 확인됐다. 공원 내 상행위를 허용하는 규제 완화 조치로 푸드트럭과 정원마켓이 운영되면서, 체류시간이 늘고 소비가 자연스럽게 지역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공원 방문 연령층도 바뀌었다. 이전까지 67%를 차지하던 50대 이상 중심에서, 개최 후에는 20~40대 비율이 58%로 역전됐다.
올해 박람회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더 이상 '특정 공원에서 열리는 행사'에 머물지 않는다.
행사장인 서울숲에서 시작된 정원은 성수동 골목으로 스며들고, 한강과 중랑천·양재천으로 이어진다. 또 다른 축인 매헌시민의숲은 참여와 치유의 정원을 중심으로 확장된다.
시민들이 공원을 찾기 위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를 걷는 과정 자체에서 정원을 경험하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서울시는 정원박람회를 단순한 행사나 이벤트가 아니라, 시민 일상 공간을 재구성하고 도시의 체류 경험을 확장하는 전략으로 보고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026년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도심과 공원, 수변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도시 전반이 하나의 정원처럼 작동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정원은 이제 도시를 설명하는 새로운 언어"라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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