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중수청 행안부 산하 확정…기능 중첩·견제 장치 부재 우려

정부·민주당, 정부조직 개편안 발표…수사·기소 분리 제도화 방침
법조계 "130여 개 법 조항 개정 불가피·보완수사권 공백 우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9.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7일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따라 검찰청은 폐지되고, 행정안전부 소속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법무부 소속 공소청이 신설된다.

당정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제도화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전문가들은 '경찰과의 기능 중첩'과 '경찰청과의 견제 부재' 등을 우려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고위당정협의회를 개최한 뒤 이같은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에는 국정과제로 꼽힌 검찰 개혁이 핵심으로 담겼다.

당정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를 담당하는 법무부 소속 '공소청'과 중대범죄 수사를 맡는 행안부 소속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분리·신설하기로 했다. 중수청은 내란·외환, 부패·경제, 공직자·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마약 등 중대범죄를 전담한다. 공소청은 기소와 영장청구 등 공소 제기·유지 기능을 맡는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법 공포 후 1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세부 업무 설계를 위해 총리실 산하에 '범정부 검찰개혁 추진단'을 설치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6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에도 이러한 조직 구상이 반영됐다.

해당 법안은 행안부 소속 독립기관으로서 중수청과 지역중수청을 두고, 2년 단임 차관급 청장을 대통령 지명·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임명하도록 규정했다. 수사관은 변호사나 수사 경력자 등으로 한정해 임용하고, 정치 관여와 겸직을 금지하는 등 운영 규정도 담겼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수청이 행안부 산하에 신설되면 경찰청·국가수사본부와의 수사 기능이 겹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같은 부처 안에서 조직이 병렬적으로 배치되는 만큼 인사권과 예산권이 행안부를 통해 좌우되고, 청장 역시 정권 상황에 따라 교체될 수 있어 수사 독립성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우려다.

우선 인사권은 행안부 장관을 통해 행사되기 때문에 청장이나 수사 간부가 수사 독립성을 이유로 정권과 다른 판단을 내리더라도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산 또한 행안부를 거쳐 기재부와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독자적인 예산 편성권을 갖기 어렵다. 청장 임기 역시 법률에 보장 장치가 없는 한 정권 상황에 따라 언제든 교체될 수 있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따른다.

검찰 출신 김종민 법무법인 MK파트너스 대표 변호사는 "같은 행안부 산하에서 중수청과 경찰청이 수사 관할을 공유하는데 무슨 견제가 있느냐"며 "제1·제2 경찰청을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가수사본부도 중대범죄를 다룰 수 있어 결국 수사권 경쟁이나 방치로 흐를 것”이라고 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중수청으로 쪼개는 것 자체가 헌법 제89조가 전제한 '검찰총장' 직위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크다"며 "행안부 산하 중수청은 사실상 또 하나의 경찰 조직을 만드는 것이어서 정권에 순응하는 수사 체계가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경찰과의 중첩 우려를 의식하면서도 세부 설계는 유예기간에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창규 행안부 조직국장은 "중수청이나 공소청 설치는 정부조직법에 근거를 두는 것이고, 세부 업무는 1년 유예기간 안에 결정해야 한다"며 "경찰청 산하 국수본과는 수사 대상과 범위를 명확히 달리해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중수청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행 법률 체계상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의 중요정책 수립이나 인사 임명 제청권 외에 구체적 사건에 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민주당 안 역시 행안부 장관은 중수청의 구체적 사건에 대해 지휘·감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무부 장관이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하도록 하는 현행 체계와는 다른 지점이다. 만약 현재의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중수청은 사실상 선출 권력의 통제를 받지 않은 채 또 다른 '권력 집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권력기관 개편이 실효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검사의 수사권 박탈에 따른 법 체계 정비가 불가피한데, 형사소송법을 비롯해 130여 개 조항을 대규모로 개정해야 하는 부담이 뒤따른다.

검사만이 영장 청구를 할 수 있게 정한 헌법부터 수많은 형사소송법 조항까지, 검사의 직무를 새로 정의하고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전체 체계를 조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사·기소 절차가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쟁점은 공소청의 보완수사 요구권 존치 여부다. 그동안 검찰은 '보완수사는 단순한 권한이 아니라 구속 기간 내 의무적 절차'라고 주장해 왔는데, 이를 폐지하거나 축소할 경우 구속 사건 처리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개편안은 이번 달 정기국회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으로 상정돼 본회의 처리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