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

홍기삼 전국취재본부장.

(서울=뉴스1) 홍기삼 전국취재본부 부국장 = 인생을 살다 보면 알게 된다. 세상일은 알 수 없다는 것을. 사람 일은 더더욱 알 수 없다. 지금 수감돼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불과 몇 년 전, 윤석열은 지금의 윤석열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2017년 5월19일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선 '와'하는 기자들의 탄성이 터졌다.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이라는 인사 발표 직후였다. 기자들이 이런 반응을 하는 건, 좀처럼 드문 일이다. 그 당시엔 분명 '깜짝 발탁 인사'였다.

검찰 수뇌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압수수색과 체포 등으로 정권과 정면충돌해 직무배제와 정직 처분 등 박근혜 정부 내내 지방 고검을 떠돌았던 윤석열의 '화려한 복귀식'이었다. 이후 그는 전 정권 '적폐 청산 수사'를 진행하며 승승장구했다.

결국 윤석열은 2년 뒤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으로 직행했다. 윤석열 인생의 '정점'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비극의 씨앗'이기도 했다.

검찰총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장까지는 몰라도 윤석열을 총장까지 시킨 건,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과 검찰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통령 곁에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겹겹의 두터운 인사시스템이 있다. 그래서 완벽하고 실수가 없을 것 같지만, 대통령도 인사를 잘못하기도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를 시인했다. 문재인은 올해 초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 당시에 나하고 조국 수석은 검찰개혁이라는 데 너무, 말하자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달까 거기에 너무 꽂혀 있었달까, 그래서 다소 불편할 수 있어도 윤석열 후보자를 선택하게 된 것인데 그로써 그 이후에 굉장히 많은 일들이 생겨났기 때문에 그 순간이 두고두고 후회가 되죠."

대통령의 후회는 후회로 그치지 않는다. 정권이 넘어갔고, 나라가 결딴났고, 국민들은 '비상계엄'이라는 전대미문의 큰 고통을 치러야 했다.

그만큼 대통령이 가진 인사권의 무게는 무겁다. 그래서 지루하게 한 달 가까이 이어진 강선우 논란이 더 의문이었다.

문재인의 실패를 이재명 정부는 되새겨야 한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더 듣고 더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 세상일은 정말 알 수 없기 때문이다.

argu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