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 진심"…'K-건축' 외친 오세훈, 발로 뛰고 직접 들었다

한 달 동안 혁신 건축현장 15곳·국내 건축가 19명 만나
"설 자리 최대한 확대"…현장 목소리 '종합계획'에 반영

(서울시 제공)

(서울=뉴스1) 권혜정 이설 구진욱 기자 = "오 시장의 질문 하나하나에서 건축에 대한 관심과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는 그동안 만났던 정치인 가운데 가장 건축에 진심이었다"

서울시는 지난달 'K-건축'과 도시문화를 전세계에 알리기 위한 'K-건축문화 종합지원계획'을 발표했다. 경쟁력 있는 국내 건축가들의 세계 무대 진출을 위한 것으로, 이 계획은 직접 발로 뛰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실제 계획에 반영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숨은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1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오 시장은 지난 5월 14일부터 6월 19일까지 약 한 달 동안 해방촌 클라우드와 강남구웰에이징센터 등 국내 혁신 건축현장 15곳을 직접 찾았다. 또 김찬중·조민석·위진복 등 19명의 국내 건축가를 직접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하루에도 몇 개의 일정을 소화하는 오 시장은 이 기간에 잠깐이라도 짬이 나면 혁신 건축 현장을 찾았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이 어디냐"는 말과 동시에 그는 현장을 찾았고, 건축가들을 만났다.

오 시장은 건축가들과의 대화가 단순 '만남'에 그치지 않도록 했다. 깊이 있는 의견 공유가 가능한 간담회를 수차례 연 이유다.

무엇보다 현장의 목소리가 사장되지 않도록 이를 'K-건축문화 종합지원계획'에 반영했다. 국내 건축가 참여비율 확대, 도시공간디자인상 제정, 신진건축가상 제정, 설계의도 구현 계약 대상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오 시장은 내내 '진심'을 다했다. 실제 오 시장을 만난 건축가들은 "오 시장의 질문 하나하나에서 디자인과 건축에 대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건축기행의 첫날 오 시장이 찾은 곳은 지난해 '제42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대상 수상작인 '해방촌 클라우드'다. 해방촌 신흥시장 하늘을 가렸던 석면 슬레이트를 걷어내고 새로운 지붕(아케이드)을 설치한 공공건축물인 이곳은 위진복·홍석규 건축가가 공동 설계했다.

낡고 어두웠던 전통시장을 MZ 핫플레이스로 탈바꿈시킨 이곳을 찾은 오 시장은 슬레이트 등에 사용된 재료 하나하나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위진복 건축가는 "석면 슬레이트를 걷어내고 설치한 새 지붕에 어떠한 공기가 주입됐는지, 곳곳에 어떠한 재료가 사용됐는지 상당히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물었다"며 "사실 일반 관료들은 재료 등 세세한 것에 관심이 없어 질문조차 하지 않는데, 오 시장의 질문에서 '아 정말 관심이 많구나'라고 느꼈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한 달 뒤 또다시 위 건축가를 만나 '질문세례'를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 번 더 해방촌 클라우드에 대해 설명해달라며 "다른 사람에게 클라우드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더라. 한 번 더 설명해 줄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위 건축가는 "이런 모습들에서 상당한 열의를 느꼈다"고 말했다.

오 시장과의 자리에서 위 건축가가 제안한 것들은 실제 서울시가 발표한 종합계획에 포함됐다. 위 건축가는 "건축문화재단이 있어야만 민간기업들부터 협찬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건축비엔날레, 건축문화제 등을 더욱 큰 규모로 할 수 있기에 건축문화재단 설립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부터 건축문화재단의 필요성을 여러 지자체장들에게 건의했는데, 이를 실제로 받아들인 것은 오 시장이 처음"이라고 했다.

건축기행 4회차에 찾은 노원구 '한내 지혜의 숲 도서관'은 장윤규·신창훈 건축가 작품으로 수년째 방치됐던 공원 내 분수대를 철거한 후 조성한 건축물이다. 하늘 방향으로 유리창을 설치해 햇빛이 들도록 설계했으며 막힘없는 공간 구성이 특징이다. 2017년 '제35회 서울특별시 건축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날 장윤규 건축가로부터 해외 건축가들의 국내 진출이 늘어나며 국내 건축가들의 참여기회가 줄고 있다는 목소리를 들은 오 시장은 "역량 있고 발전 가능성 높은 국내 건축가들의 설 자리를 최대한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 역시 지난달 발표한 종합계획에 포함됐다. 국제설계 공모 시 국내 건축가 참여 비율을 최대한 확대하고 설계공모 보상금도 대폭 늘려 창작의 가치를 인정하고 건축가들의 혁신적 활동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지난달 2일 오 시장이 찾은 종로구 '원서작업실'은 지난해 '제42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우수상 수상작으로 한옥밀집 지역인 창덕궁길에 있다. 다섯 개의 지붕이 각기 다른 크기와 형태 아래 조화를 이뤄 마치 손바닥을 펼쳐 비원을 향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 오 시장을 만난 류재은 건축가는 "건축과 관련한 현안들을 광범위하게, 그리고 편견 없이,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새로웠다"며 "각종 현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진심으로 듣고자 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오 시장 1기 재임 시절부터 건축에 대한 진심은 타 지자체 시장이나 정치인들 가운데 거의 유일했다"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축적된 정책이 이제 결실을 맺으려는 단계로, (서울의 건축은) 이미 충분히 준비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랜 역사와 문화로 탄탄한 건축 문화가 조성된 해외와는 달리 서울의 경우, 시가 새로운 기초를 마련해준 상황"이라며" 이는 그야말로 (건축계에)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제공)

시 관계자는 "이번 건축기행은 현장 방문을 넘어 국내 건축가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이해하는 소통의 물꼬를 트는 계기"라며 "국내 건축문화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K-건축의 역량과 위상을 전 세계로 확산하는 중요한 모멘텀이 됐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달 말 발표한 'K-건축문화 종합지원계획'을 통해 총 4가지 분야 11개 과제로 △국내 프로젝트 참여 기회 확대와 해외 진출 지원 △국제도시공간디자인상 신설 △혁신건축가 발굴 및 지원 △건축가 우대문화 정착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당시 오 시장은 "경쟁력 갖춘 혁신건축가가 국내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확대하고 세계무대에서 K-건축의 위상을 떨칠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아주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며 "대한민국의 브랜드인 'K'의 명맥을 K-건축이 이어나가도록 건축가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오 시장은 지난 4~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대표적 도시공간 재생 현장을 방문해 '디자인 서울' 정책을 소개하고, 국제 협력 확대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오 시장은 "국내 건축가들의 역량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라며 "서울이 창의적 건축 실험이 가능한 플랫폼이 되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