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인천 점령한 러브버그…전국 확산 '시간문제'
도심 열섬, LED 조명 등 최적 환경…살충제 내성도
"수도권 낙엽 자원 고갈되면 남부로 확산 가능성"
- 구진욱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러브버그가 서울을 넘어 전국으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 온난화로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러브버그의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2022년 4418건 △2023년 5600건 △2024년 9296건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서울시 감염병관리팀은 "올해도 6월 말 기준으로 1500~1600건이 접수됐다"며 "전체 통계는 아직 집계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4년째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서 혐오감을 일으키고 있는 러브버그가 국내에 출몰한 건 불과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인천에서 처음 발견된 2015년쯤 국내에 처음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국내에 서식하는 러브버그가 중국 산둥성 칭다오 지역 개체와 유전적으로 매우 유사한 것으로 분석하며, 물류 교역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기존 생태계와 접점이 적은 외래종이기 때문에 초기 확산 속도는 빠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러브버그가 도심 환경에 최적화된 곤충이라는 점도 문제다.
기후 온난화로 고온다습한 기후, LED 조명, 도심 열섬 효과 등 기후 변화와 도시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러브버그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립생물자원관 보고서에서는 LED 광원에 집단으로 모이는 습성이 실험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서울대 연구팀의 유전체 분석에 따르면, 국내에서 채집된 러브버그는 살충제 내성과 열 스트레스 적응 유전자를 모두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심 기후에 강한 러브버그의 확산을 가속하는 또 다른 주요 원인은 바로 '천적의 부재'다. 일반적으로 조류가 주요 포식자 역할을 하지만, 러브버그는 신맛이 강하고 체액이 끈적해 조류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의 온난하고 습한 도심 기후, 그리고 천적이 없는 자연 생태계는 러브버그에게 그야말로 최적의 환경이다.
이같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러브버그가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구원은 지난 1일 '서울시 유행성 도시해충 대응을 위한 통합관리 방안' 정책리포트에서 현재와 같은 추세로 기온 상승이 지속될 경우 2070년에는 한반도 전역에 러브버그의 확신이 예측된다고 분석했다.
정종국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러브버그는 낙엽층이 두꺼운 산림 환경에서 유충이 잘 자란다"며 "서울과 수도권의 낙엽 자원이 고갈되면 남부 지역으로 점차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러브버그를 포식하는 천적이 자연적으로 생기더라도, 개체 수가 조절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며 "이 기간에는 오히려 확산세가 더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장은 화학 방제보다 친환경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또한 전국적인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 방제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 서울시는 친환경 살수, 물리적 제거, 민원 안내 강화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러브버그가 꽃향기 성분인 '아세트알데하이드'에 유인되는 경향이 있는지 현재 실험 중이다"며 "이를 기반으로 한 유인제 개발 및 광원 포집기 실험을 서울 도심에서 병행 중"이라고 밝혔다.
박 연구관은 "연구 성과가 도출되면, 도심 공원 등 주요 서식지에 적극 적용해 개체 수를 줄이는 실질적 방제가 가능할 것"이라며 "실질적인 대응책이 마련되면 개체수 조절은 그다음 해에 조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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