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여성가족부가 안 보인다

여성안전 '주무부처' 여가부, 신림동 성폭행 사건 '침묵'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산속 둘레길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사건현장의 모습.(공동취재)2023.8.18/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최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등산로에서 30대 여성이 금속 재질의 '너클'을 낀 남성에게 무차별 성폭행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낮,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등산로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너클 등으로 심하게 폭행 당한 여성은 사건 발생 이틀 만에 끝내 세상을 떠났다.

이번 범죄는 '여성'을 타깃으로 삼은 계획범죄다. 30대 남성 최모씨는 범행 수일 전부터 휴대전화로 인터넷 포털에서 '강간'을 여러차례 검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에 사용한 너클은 4개월 전에 미리 구입했다.

폐쇄회로(CC)TV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해당 등산로를 범행 장소로 골랐으며, 범행 당일에는 1시간가량 불특정 '여성' 등산객을 기다리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경찰 조사에서도 최씨는 "성폭행하고 싶어서 범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가장 먼저, 빠르게 움직여야 할 여성가족부는 그야말로 '실종'됐다. 여성 안전에 있어 제1 주무부처인 여가부는 사건 발생 후 일주일 가까이가 지난 지금까지도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여가부의 공식 입장은 "담당 부서에 확인해보겠다"가 전부다.

지난 21일 여가부 브리핑 당시 이번 신림동 성폭행 사건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이 쇄도했으나 조민경 여가부 대변인은 "여성 안전 주무부처로서 여성 안전에 대한 부분을 조금 더 챙기고 더 확실하게 지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추상적인 답변을 내놨다. 직접 '여성 안전 주무부처'라고 자처하면서도 "담당 부서에 확인 후 말씀드리겠다"는 답변만을 반복했다.

여가부의 공식적인 '확인'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현숙 장관의 '숙영 논란'이 번진 당일 신속하게 해명자료를 낸 것과는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지난 2016년 5월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강은희 여가부 장관(현 대구교육감)이 신속하게 현장을 찾아 범죄 예방을 위한 사회환경 조성을 주문했던 것과도 비교된다.

담당부서에 직접 문의한 뒤 돌아온 답변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묻지마 범죄' 대책과 관련해 각 담당 부처와의 협의·점검을 강화하겠다"였다. 이번 신림동 성폭행 사건과 관련한 여가부 차원의 대책은 없는 셈이다.

여가부의 실종은 비단 이번만의 일이 아니다. 세계적인 행사로, 전국 159여개국 4만3000여명의 스카우트대원들이 참가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도 여가부는 일찌감치 실종됐다. 수년에 걸친 행사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잼버리의 주무부처인 여가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여가부는 지난 21일 브리핑 당시 5가지의 질문에 대해 총 4번에 걸쳐 "확인 후 말씀드리겠다", "구체적인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여가부 폐지와 장관 거취에 대한 질문에는 "국회에서 충분한 설명이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폐지와 상관 없이 충실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여가부지만, 이 같은 태도는 오히려 폐지론에 불을 지필 뿐이다. 잼버리부터 신림동 성폭행 사망 사건 등에 있어 과연 여가부가 '충실하게' 업무를 수행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오는 25일 열리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김현숙 장관이 '충분한 설명'을 하길 바랄 뿐이다.

jung907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