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길냥이를 부탁해'를 부탁해…캣맘·시민 참여

강동구 길고양이 급식소(제공:강동구)ⓒ News1 2014.04.14/뉴스1 ⓒ News1
강동구 길고양이 급식소(제공:강동구)ⓒ News1 2014.04.14/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기자는 몇년째 동네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고 있다. 요즘말로 '캣맘'이다. 주민센터 건물 후미진 곳에 단출하게 그릇 두개를 놓고 밥과 물을 채워둔다. 올해초 인터넷 포털 고양이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가 개운치 않은 경험을 했다. "**에 밥을 주고 있습니다. 급식소를 만들고 싶은데 같이 하실 분" 강동구청 사례처럼 그럴듯한 급식소를 떠올리면서 여럿이 힘을 모으면 일이 쉬워지겠단 생각이었다. 놔둔 그릇이 없어질 때도 있고 챙겨주기 힘든 날도 있다.

금세 쪽지가 날아들었다. 반가움에 열어본 글은 대뜸 "글을 내리거나 밥주는 위치를 지우라"고 했다. "위치가 노출되면 아이들이 해코지를 당한다. 그런 일이 많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동네 캣맘들을 만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니 그 뒤에 지우겠다"고 답했지만 쪽지를 보낸이의 '즉각 삭제 요구'는 계속됐다. 세상에는 고양이를 잡아들이는 불법 포획자(학대자)와 그를 조장하는 초보 캣맘, 이들을 훈계하는 정의의 캣맘 세 부류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손가락질 받을 지언정 '옳은 일'을 해왔다는 자부심 뒤로 '선배 캣맘인 나만 옳다'는 아집이 느껴졌다.

모른척 지나쳤던 캣맘들이 이웃주민으로 만나 머리를 맞대고 '우리 동네 고양이'를 돌보는 그림을 그릴 순 없는 것일까. 기분이 좋지 않았다. 글을 내리고 '**동 캣맘 공동체' 조직 시도는 그만뒀다. 이후 여태까지 나홀로 캣맘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시와 다음카카오가 3일부터 '길냥이를 부탁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부 '열혈' 캣맘들이 '길고양이 살생부'가 될 수 있다며 철회요구를 했던 사업이다. 당초 이 서비스의 컨셉은 시민 누구나 참여해 동네 길고양이 서식지와 관련 정보를 지도에 입력하고 공유하는 것이었다.

25만마리로 추정되는 시내 길고양이의 정확한 개체수와 활동영역·습성 등을 파악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다. 계속되는 '도둑고양이' 민원으로 서울시는 매년 수억원을 길고양이 중성화 후 방사 사업(TNR)에 쓰고 있지만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고 사업효과도 미미했다. 언제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로 기존 캣맘 뿐아니라 일반 시민의 참여를 독려해 '고양이 우호 세력'을 넓히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서비스가 '길고양이 지도'로 처음 보도되면서 '고양이 잡는 지도'가 될 것이란 우려가 일파만파 번졌다. 길고양이의 위치정보, 영역이 노출되면 이른바 '나비탕' 불법 포획자들에게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길고양이를 살리는 게 아니라 죽이는 사업" "전형적인 탁상행정" "학대와 포획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동물보호법 개정부터 먼저하라"는 캣맘들의 성토가 줄을 이었다.

온갖 욕을 먹은 서울시와 다음은 조심스럽게 '캣맘 커뮤니티'라는 타이틀을 달아 서비스를 세상에 내놨다. 길고양이 정보는 동(洞) 단위로만 구분된다. 대신 캣맘들의 정보 공유, 커뮤니티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불법포획자 신고방도 만들었다. 원래 들어가기로 했던 기능이지만 '살생부' 논란만 부각되면서 조명받지 못한 내용이다.

(제공:강풀 블로그)ⓒ News1 2014.05.10/뉴스1 ⓒ News1

서울시, 동물단체 전문가들은 고양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민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동물애호가들이 주민 공동체에 다가가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한 일본 비영리단체 '네코 다스케'의 사례처럼 말이다.

시민들이 참여하고 커뮤니티가 생기면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도 가능해진다. 실제 서울대 수의대 연구팀이 올해 1~3월 캣맘·캣대디 2441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길고양이 먹이로 한달에 지출하는 비용은 3~10만원 44%, 3만원 미만 32%, 10~30만원을 쓰는 사람도 23%나 됐다. 평균 5만원만 잡아도 한해 14억이 넘는 돈이다. 서울시가 길고양이 TNR 사업에 한해 쓰는 예산(약 4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연구를 진행한 황주선 연구원은 "대다수의 캣맘·캣대디들이 정부와 사회의 보조아래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와 사회의 보조도 중요하지만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를 시민들도 지혜롭게 이용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길냥이를 부탁해' 사업에 들어간 돈은 다음이 전액 부담했다. 이렇듯 도시의 오랜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관(官)이 나서고 기업이 지원하고 있지만 캣맘임을 밝히길 꺼려하는 이들이 많다. '극성 분자'라는 주변의 오해 탓이다.

어느 일이나 그렇듯 모이고 함께 목소리를 낼 때 힘이 생긴다. 법 개정도 일반 시민의 의식이 바뀔 때 가능하다. 일부 동물애호가, 열혈 캣맘들의 활동 만으로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길냥이를 부탁해'로 부디 캣맘들의 커밍아웃, 시민들의 건강한 소통이 계속됐으면 한다. 길고양이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들이 힘을 모으는 창구가 되길, '길냥이를 부탁해를' 부탁한다.

chac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