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게스트하우스, 화장실 물로 밥짓는 사연은?
市·SH공사와의 명도소송에서 패소해 문 닫을 판
게스트하우스 운영자 삽살개와 시위 중
- 정혜아 기자
(서울=뉴스1) 정혜아 기자 =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우리나라 1호 게스트하우스 '서울 게스트하우스'. 전통한옥의 멋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이 아담한 한옥은 세계적인 여행 안내서 '론리 플래닛(lonelyplanet)'이 한국에서 꼭 들러봐야 할 숙소로 소개한 곳이다.
서울 게스트하우스에선 벌써 반년 이상 화장실에서 물을 떠 휴대용 가스렌지에 밥을 짓고 있다. 서울 게스트하우스에게 건물을 빌려준 SH공사가 임대를 철회해 주방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게스트하우스 손님들에게 너무 부끄러웠다"는 운영자 현준희씨(59)는 참다 못해 12일 삽살개 '본때'와 함께 일인 시위를 위해 서울시청 앞으로 나섰다.
현씨는 "5년 넘게 서울시, SH공사와 11차례나 소송을 했다"며 "이젠 너무 지쳐 시시비비를 가려 억울함을 풀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2002년 현씨는 서울시와 SH공사로부터 한옥 한채씩을 빌려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했으나 서울시 소유 한옥엔 방만 있기 때문에 SH공사 소유의 한옥에 있는 주방을 함께 써야했다. 소유권이 나눠져 있을 뿐 사실상 한채나 다름없었다.
당시만 해도 게스트하우스라는 숙소가 생소했지만 이런 여행 문화가 익숙한 해외 관광객들에겐 입소문을 타고 금세 명소가 됐다. 주택가에 외국인들이 드나드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주민도 있었지만 북촌이 서서히 관광지로 자리잡으면서 이런 불만도 잦아들었다.
그러던 지난해 10월 임대를 철회하며 퇴거를 요구한 SH공사가 강제집행을 단행했다. 사실상 한채나 다름없는 게스트하우스의 주방이 하루 아침에 사라졌다.
현씨는 "대안이 없어 이후 화장실 물을 받아 와 휴대용 가스레인지로 음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스트하우스는 호텔과 달리 묵는 이들이 간단한 음식을 해먹거나 주인이 대접하는 게 일반적이라 주방시설이 필수다.
이어 현씨는 "뿐만 아니라 시도 현재 자진퇴거를 요구하고 있다"며 "게스트하우스는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씨와 서울시, SH공사의 갈등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씨는 "당시 시와 SH공사가 재임대를 확정하고 '재계약 공고'까지 했는데 키우던 개가 옆집 개를 물어 죽여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자 '건물명도 소송'을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11차례나 소송전이 계속됐다. 지난해 대법원은 SH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시가 제기한 건물명도 청구 소송 역시 올해 1월 17일 현씨의 패소로 최종 판결난 상태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2008년 당시 재계약을 위해 '세부운영계획안'을 요구했으나 현씨가 이를 제출하지 않아 건물명도 소송이 진행된 것"이라며 "원활한 관리를 위해 필요한 시의 지침에도 역시 잘 협조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시 관계자는 "시가 승소한 만큼 퇴거는 확정된 사안"이라며 "다만 강제집행 보다는 자진퇴거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씨는 "시와 SH공사가 2008년 자신과 재계약 공고까지 내놓고 우발적인 사고로 주변 민원이 제기되자 일방적으로 퇴거를 요구하고, 이후 일개 시민을 상대로 자존심 싸움 양상으로 소송전을 계속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씨는 "억울함이 풀릴 때까지 본때와 시청앞 광장에 나오겠다"고 밝혔다.
wit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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