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방이전…'나홀로 이주' '도심공동화' 등 우려
공공기관이전 중간점검·지역분위기
지자체, 혁신도시 인프라 개선 위해 '안간힘'
지지부진했던 공기업 지방이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 정부에 따르면 올해 10개 혁신도시 등 이전하는 공공기관은 75개로 이주인원만 2만3000여명이다. 내년엔 41개 공공기관(1만6000여명)이 움직인다.
이전에 따른 경제유발효과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등이 이전하는 울산 혁신도시는 이전 직원들의 '탈울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이전 직원들의 울산 정착여부가 혁신도시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기 때문. 고객상담센터를 제외한 다른 이전기관의 경우 인사교류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직원들의 '탈울산'을 막을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변일용 울산발전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장은 "혁신도시 이전 직원들은 생활터전을 옮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며 "교육, 문화, 의료 등에서 수준 높은 여건을 형성하고 한편으로는 직원들에게 일정기간 이상 가족이 정착할 경우 인센티브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혁신도시 주민과 인근 주민들이 갈등을 빚기 전인 지금부터 행정기관이 문제해결을 위한 전담반을 구성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가스공사 등 총 12개 기관이 이전하는 대구는 소극적인 지역인재채용에 대한 불만이 높다.
기획재정부의 '대구 이전 공공기관의 채용 및 채용 계획' 자료를 보면 12개 기관 중 이전 인원이 50명 안팎인 중앙신체검사소와 한국사학진흥재단, 중앙교육연수원, 중앙119구조단을 제외한 8개 기관이 올해 신규 채용한 485명 중 대구지역 출신은 8.4%인 41명에 불과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33명 중 1명, 신용보증기금이 41명 중 2명, 한국가스공사가 269명 중 16명에 불과하다. 한국장학재단은 17명 중 2명,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41명 중 5명,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12명 중 2명, 한국감정원은 59명 중 10명, 한국정보화진흥원은 13명 중 3명만 대구지역 출신을 채용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이전이 마무리되는 내년엔 이들 공공기관의 지역 인재 채용률이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방이전 공공기관들이 지역 인재를 채용할 때 직접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정부가 지역인재 채용을 확대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대효과가 턱없이 낮아지면 도시가 유령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의 한 부동산 업자는 "이전 공공기관 직원이 얼마나 많이 대구에 뿌리를 박고 사느냐에 따라 혁신도시 전체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평일 대구에서 근무하고 주말에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가 버리는 이전 공공기관 직원이 많으면 도시가 유령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걱정도 크다.
전북의 경우 전북도청이 이전한 서부신시가지와 혁신도시 등 신도심이 서부권에 집중되면서 구도심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주시장 출마를 선언한 A씨는 "혁신도시와 서부신시가지, 에코시티(35사단) 등 급격한 개발사업으로 인한 도시 팽창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구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구도심 공공기관 입주와 리모델링을 통한 도시재생 사업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 "공공기관 입주 시작했지만 아직도 허허벌판"
지난해 말 충북 혁신도시에 가장 먼저 둥지를 튼 한국가스안전공사 직원 대부분은 수도권에서 버스로 출퇴근하고 있다.
공사는 직원들의 출퇴근을 돕기 위해 옛 사옥이 있던 서울, 경기도 시흥, 안양 등지에서 5대의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됐는데도 정주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직원들의 불편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건립 중인 아파트(1074가구)는 5월부터 입주가 시작되고, 단독주택용지도 11월에나 입주가 가능하다.
인구가 적다보니 식당이나 편의점 등 기본적인 시설도 찾기 힘들다.
지난 1월까지 이전 대상 공공기관 11곳의 직원 3065명 중 입주 신청자는 180여명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유치원과 초·중학교가 1곳씩 있지만 입학수요가 턱없이 적어 개교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충북도교육청은 아파트 입주시기에 맞춰 개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혁신도시로 인한 경제부흥효과 이면엔 각종 갈등이 산재한다.
강원도 원주의 경우 원주시나 사업주체인 LH강원혁신도시사업단과 원주민 간 갈등이 불거졌다. 원래 반곡동 혁신도시 내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혁신도시가 생기면서 많은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창식 원주 혁신도시 주민대책위원장은 "원래 혁신도시 내에는 5개 부락이 존재했으며, 가구 간 유대감도 끈끈했는데 혁신도시가 들어오면서 주민들 뿔뿔이 흩어졌고, 고향을 떠난 노인분들이 정서 불안정으로 최근에 많이 돌아가셨다"며 '터무니없이 적은 보상금으로 원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거나 가족 간 분쟁도 많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이 들어오면 경비나 청소 등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 기대한 주민들의 요구도 번번이 무시당했다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전 위원장은 "주차장을 조성하면 주민들이 위탁관리하게 해달라거나 공공기관 경비나 청소 등 소일거리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무시당했다"며 "주민들이 이전하는 혁신도시 내 단독주택 부지의 경우 도시가스조차 들어오지 않는 상태라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전 위원장에 따르면 도시가스사는 LH측과 도시가스 배관 공사비를 반반씩 하자고 말하지만 LH와 원주시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반발한 주민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건의를 하기도 했으며, 반곡동 주민들로 구성된 대책위는 조만간 원주시장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분양률 저조에 '나홀로 이주'까지 산넘어 산
경북 김천혁신도시는 높은 분양가 등으로 산·학·연 클러스터 용지 분양률이 크게 낮고 이전 기관 직원들의 '나 홀로 이전'이 많아 이전 효과가 크지 않을 거란 실망감이 높다.
김천혁신도시는 산·학·연 클러스터 용지 34만3000㎡를 공급해 R&D, 정보통신, 그린에너지, 농생명산업, 첨단도로교통, 교육 및 연수 분야 특화 자족도시로 건설할 계획이다. 광역경제권 내 신성장 거점도시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을 세워두고 있다. 클러스터 용지(34만3441㎡)는 전체 용지의 15.7%에 달한다.
하지만 해당 용지는 지금까지 김천경찰서와 김천시(산학연유치지원센터 부지), 국립농산물관리원 등 기관에만 3필지(2만6천766㎡)가 매각돼 7.8%의 저조한 분양률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이전공공기관 협력업체나 유관기관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산·학·연 클러스터 용지의 비싼 분양가가 그 원인이다. 김천혁신도시와 인접한 구미시 5공단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40만원대 초반이며, 김천혁신도시와 5분 거리에 위치한 김천2차일반산업단지(2015년 준공 예정)도 비슷한 가격대다. 이에 비해 김천혁신도시 내 클러스터 용지는 3.3㎡ 당 149만9000원으로 3배에 육박한다.
때문에 이전공공기관을 따라 김천으로 옮겨올 협력업체나 유관기관들이 클러스터 부지 매입을 망설이는 것.
직원들의 '나홀로 이주'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최근 전체 이전공공기관이 자체 조사한 결과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할 직원들의 이주형태를 보면 단독이주가 70%에 달한 반면, 가족 동반이주는 22%에 불과했다. 2011년 한국도로공사 조사에서도 '본인만 이주하겠다'고 대답한 직원이 53%나 됐다.
김천시는 이처럼 김천혁신도시 이전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대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시는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분양을 책임지고 있는 LH공사, 경북도와 함께 서울에서 김천혁신도시 투자유치 설명회를 열고, 국토부에 국비 및 인센티브 지원을 요청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혁신도시가 지역균형 발전의 거점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단순히 공공기관 이전만으론 역부족"이라며 "이전공공기관의 기능과 특성을고려해 도로교통 기능군, 농업지원 기능군, 에너지 및 기타 기능군으로 나눠 이전기관과 연계된 기업유치를 목표로 면밀한 전략을 수립해 추진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 등 총 17개 기관 6800여명이 이전하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는 잇따른 교통사고와 주차난 등 정주여건이 문제다. 대규모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공사 차량의 통행이 빈번해지고 있지만 교통안전 시설물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이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는 모두 8건으로 집계됐고 1년 전에도 1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입주 예정 기관에 대한 신축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화물차·레미콘 등 대형 차량의 통행이 잦은 데다 신호등과 같은 교통시설물의 경우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곳이 많아 보행자와 운전자들은 항상 위험에 직면해 있다.
주차난도 문제다. 지난해 개청한 우정사업정보센터의 경우 전체 직원 수가 816명에 이르지만 사옥 내 확보된 주차면은 인원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313개 면에 불과하다.
빛가람혁신도시 시행 3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전남개발공사·광주도시공사는 민간을 대상으로 주차장 용지 38개 필지 5만908㎡만을 판매하고 공용주차장 용지는 단 한 필지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빛가람도시가 주변의 인구와 부동산 가치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혁신도시 개발 업무를 맡고 있는 전국 자치단체 공무원과 지역 개발 전문가 등 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응답자가 혁신도시가 준공되면 주변 중ㆍ소도시의 인구가 줄거나 집값이 떨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빛가람시는 바로 인근에 인구 10만 미만의 나주시와 20만 규모의 광주 남구가 자리잡고 있는 신도시형 혁신도시다. 계획도시로 정주환경이 뛰어난 데다 공공기관이 본격 이전할 경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 인근의 경제와 인구를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실제 설문에서 단기적으로 영향권이 혁신도시에 그칠 것이란 응답자는 33.3%에 불과했던 반면 반경 10㎞ 이내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은 44.48%에 달했다. 20㎞이내와 30㎞이상이라는 응답도 각각 11.1%와 11.2%를 차지했다.
자족도시 건설을 위한 이전기관의 관련 기업들의 추가 이전과 관련 연구소 유치 등이 가장 중요한 현안 과제다.
특히 교육시설 확충이 시급하다. 마땅히 학교가 없으면 이전기관 가족의 이전이 저조하게 되고, 이에 따른 교육 수요가 적기 때문에 교육시설을 늘리지 못하는 악순환만 계속된다.
이건철 전남발전연구원장은 "에너지와 농업관련 이주기관의 특성을 살려 에너지·농업산업 클러스터를 집중 조성해야 한다"면서 "한국전력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 농업 관련 기관과 연계한 농업의 신산업 발굴 등 신산업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장우성 장은지(서울) 변의현(울산) 김대벽 이재춘(대구·경북) 김춘상(전북) 송근섭(충북·세종) 권혜민(강원) 박준배(광주·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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