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병'…"지자체장 인사권 독점이 원인, 보완책 시급"

승진 앞둔 공무원, 선거에 동요 불가피 구조 지적
윤리강령 등 도덕성 강화·엄중 처벌 필요성 제기

편집자주 ...임기말 지방정부가 6월 지방선거에 휩쓸리면서 어수선해지고 있다. 공무원들이 선거 향배에 촉각을 세운 채 복지부동하거나 출마 예상후보에게 줄을 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아예 사직하고 선거판에 직접 뛰어드는 공무원들도 있다. 공직사회가 이같은 분위기라면 정책 추진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뉴스 1은 지방정부가 임기말 처하게 되는 상황을 점검하고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지자체장의 인사권 독점은 선거를 앞둔 공무원의 줄서기를 초래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지자체장이 절대적인 인사권을 행사하는 한 선거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외부 전문가를 비롯한 주민의 감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등 '인사권력 분산'부터 이뤄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호택 배대재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퇴직 공무원 등 내부 인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는 객관성이 결여됐다. 공정한 인사 틀 마련을 위해 외부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공정한 인사위원회를 조직해야 한다"며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 이상 임기 말 레임덕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시민이 자치단체장과 의원을 감시하고 평가할 수 있는 법제화된 기능이 신설된다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준 춘천시장이 도지사 출마를 위해 사퇴해 논란을 일으킨 춘천 역시 선거를 앞둔 공직사회의 동요가 이는 지역이다. 김성철 춘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근본적으로 자치단체장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돼 이런 일이 발생한다. 자치단체장이 독점한 권한을 분산하는 게 필요하다"며 "공무원에게 집중된 권력을 나눠 주민자치를 이뤄야한다"고 밝혔다.

남기현 충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공무원의 인사권을 자치단체장이 갖고 있기 때문에 줄을 설 수밖에 없다. 특히 승진을 앞둔 공무원들은 더욱 그렇다"며 "공직자의 도덕성과 연결되는 문제로 청렴교육을 강화하고 정치적 중립을 위한 공정·합리적 인사제도가 마련돼야한다"고 지적했다.

공무원 사회 자체의 자정 강화도 필수적으로 꼽힌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은 대부분 음성적으로 이뤄지다보니 법적으로는 적발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자체 윤리강령을 제정하거나 대통령 등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단호한 입장을 거듭 주지시키면서 공직사회 분위기를 다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직자들의 도덕적 무장 또한 강조된다.

소순창 건국대 교수(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는 "공직윤리강령이나 선거윤리헌장 등의 형태로 제시해 공무원이 선거에 간여하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공직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법적 강제력은 없겠지만 이런 움직임이 전국 지자체로 연쇄 확산된다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 교수는 또 "선거 후 당선자 역시 논공행상 인사를 해선 안된다는 점을 명시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얼마전 박근혜 대통령의 공무원 중립 위반시 엄단 방침이 앞으로 더욱 강도높게 반복되고 정부 고위공직자들도 엄중 경고한다면 올바른 선거문화 확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창기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공무원 줄서기는 대부분 업무시간이 아닌 퇴근 후에 이뤄지기 때문에 적발이 어렵다"며 "공직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자력활동을 비롯한 감시·감사 기능을 강화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김두겸 남구청장이 시장 출마를 위해 조기 사퇴했던 울산의 시민단체인 울산시민연대 김지훈 지방자치센터 부장은 "대의 민주주의 하에서 선출직 공무원은 민의의 대변자,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자"라며 "그에 걸맞는 책임감이 그 누구보다 중요하게 요구된다"고 꼬집었다.

제주도공무원 노조의 한 관계자는 "선거철만 되면 공무원들의 줄서기 문화를 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선거 거래'가 워낙 은밀하게 이뤄지다보니 적발하기가 매우 힘들다""며 "공무원 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며 선거 시비를 차단할 구체적인 행동강령을 만들고 무엇보다 이를 실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밖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할 경우 처벌을 더욱 엄격히 하고 선거 때 내부고발을 활성화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책도 제시되고 있다.

김영기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선거 때문에 지방행정 연속성에 지장이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거 출마자 희망 공직자는 최소한 6개월이나 1년 정도 선거에 앞서 사퇴를 하도록 시한을 앞당기는 방안이 있다"며 "국정원법이 개정되면서 선거법도 공무원의 정치중립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된만큼 법집행을 엄정하게 해 단호히 처벌함으로써 줄서기 문화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공무원노조의 관계자는 "선거 전 몇개월을 특정기간으로 정한 뒤 자치단체장의 업무추진비를 수시로 공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특정기간 업무추진비 내역을 완벽히 공개해 선거를 위한 주민과의 간담회라든가 '선거용 행보'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유능한 행정가들이 선거에 도전하거나, 공무원이더라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직을 내놓고 활동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면서 간여하는 것이 문제"라며 "지자체장이 3연임이 가능한 현 제도 아래서는 공무원들이 선거 때마다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연임을 제한해 최소한 재선으로 묶으면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장우성·차윤주·장은지(서울)·심영석(대전·충남)·박광석(부산·경남)·이정현(충북)·김춘상(전북)·신효재(강원)·박중재(광주·전남)·이재춘(대구·경북)·이상민(제주)·윤상연(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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