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길고양이 문제, 관 주도로 안돼"…캣맘에 손짓
중성화 사업에 시민참여 도입
- 차윤주 기자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자료사진© News1
서울시가 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2008년부터 관 주도로 실시해 온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TNR)'에 시민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자발적으로 동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며 돌보는 '캣맘(Cat Mom)'들을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자원봉사자로 정식 참여시켜 사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
15일 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달까지 길고양이의 포획과 방사를 도울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
시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불임수술에 적합한 길고양이를 포획하고, 수술을 마친 길고양이가 영역으로 돌아간 뒤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맡길 예정이다. 그간 포획은 동물병원 등 중성화 사업 위탁업체가 맡았고, 모니터링은 전무했다.
TNR(Trap·Neuter·Return) 사업은 자생하는 길고양이를 붙잡아 불임수술 한 뒤, 잡은 곳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사업이다. 이렇게 돌아간 길고양이는 귀끝을 1㎝ 정도 자르거나 귀 뒤에 'V'자를 새겨 표식을 남긴다.
발정기 울음소리, 쓰레기봉투 파헤침 등 길고양이로 인한 민원이 증가하자 무분별한 번식을 막고, 개체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TNR이 발생 민원에 대한 임시방편식으로 이뤄지면서 그동안 정책 효과가 미미했다.
TNR이 원래 목적을 달성하려면 수술 후 돌아가 영역을 계속 지킬 수 있는 건강한 고양이 위주로 진행돼야 하지만, 민원으로 붙잡혀 온 비교적 약한 고양이들에게 집중됐기 때문이다.
사후 관리도 문제였다. 적지않은 예산을 투입해 수술해놓고 회복은 잘 됐는지, 돌아간 뒤에도 원래 영역에서 잘 활동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지난 6년간 서울시와 자치구가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약 50억원(시·구 반씩 부담)으로, 2008년 4085마리를 시작으로 2009년 4929마리, 2010년 5896마리, 2011년 4019마리, 2012년 5497마리, 2013년 약 5500마리(집계 중) 등 약 3만마리를 중성화했지만, 서울시내 길고양이 수는 여전히 20여만 마리로 추정된다.
이에 동네 길고양이 생태계를 잘 아는 캣맘이 TNR 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적임자로 꼽혀왔다. 캣맘들은 동네에서 번식력이 좋은 성묘를 선택해 포획할 수 있고, 꾸준한 관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아무리 일반 포획자가 유능해도 지역에서 계속 고양이를 돌봐 온 캣맘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며 "중성화 수술 후 돌아간 고양이의 정착 여부와 평균수명 등 데이터를 수집해 정책을 개선하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중성화 사업에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31일까지 각 자치구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 부서에 신청서를 내면 된다.
자치구별로 지원 상황에 따라 가급적 많은 인원을 선발할 예정이며 서울시는 현장 투입 전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자원봉사자에겐 길고양이 포획용 덫이 지급되며 1년 이상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안락사 등 인위적인 개체수 조절은 길고양이 문제를 악화시킨다. 영역동물인 고양이는 자기 영역을 지키며 일생을 사는데, 한 영역에서 개체가 사라지면 타 영역의 고양이들이 먹이를 찾아와 개체수가 되레 느는 '진공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안락사로 길고양이 수를 줄여도 그때 뿐, 오히려 포획·안락사에 따른 비용과 사회적 갈등만 커지고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온다.
최근 고양이들이 아파트 지하실에 사는 것을 못마땅히 여겨 문을 잠가 집단 학살 논란을 일으킨 이른바 '압구정 현대아파트 길고양이 학대 사건'이 대표적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고양이를 싫어하는 주민들과 캣맘들 간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chach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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