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쇼크]지자체가 반대하는 4가지 이유

김관용 경북지사를 비롯한 전국시도지사들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정부의 취득세율 인하방침 발표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안희정 충남지사, 김범일 대구시장, 허남식 부산시장, 송영길 인천시장, 김관용 경북지사, 김완주 전북지사, 유한식 세종시장, 이시종 충북지사, 박맹우 울산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2013.7.23 /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정부가 '취득세 영구 인하' 방침을 발표한지 하루 만에 전국 10곳의 시·도지사가 한자리에 모여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이 이처럼 필사적으로 정부의 방침을 반대한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지방정부의 주요 세원인 취득세 인하를 중앙정부가 지자체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점이다.

시도지사들은 중앙정부가 지자체와 한 마디 논의 없이 지방세인 취득세를 수단화한 점에 격분했다.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우려에서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취득세가 시·도세임에도 결정 과정은 물론 논의 과정에서조차 시·도지사를 배제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날 박맹우 울산시장은 "가장 중요한 세원인 취득세를 그 누구와도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발표했다는 것은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취득세 규모는 2011년 결산기준 14조1000억원으로, 시·도세 총액 38조6000억원의 36.5%에 해당한다.

둘째, 취득세 인하가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근거가 없으며, 지방세를 건드릴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부동산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들은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펼치면서 '국세'가 아닌 '지방세'를 지렛대로 삼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입장이다.

협의회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는 국세인 양도소득세 개편이 효과적임에도 정책효과가 제한적인 취득세를 활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서울시 세무과 관계자는 "실제 연구결과를 놓고 봐도 취득세 인하가 부동산 거래를 늘렸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취득세 인하가 실제 부동산 거래에 영향은 아주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원도 세정과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취득세 감면 이후 강원 지역 주택거래량은 지난해 대비 5.5%나 감소했다.

한국조세연구원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 실종이 세금문제로 비롯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취득세 영구인하가 단기적으로 도움이 되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부동산 구매 매력을 회복할 재정, 통화정책 등 본질적 방안 마련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취득세 감면에 따른 주택거래 동향을 분석해보면 새로운 주택 수요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거래시점을 조정하는 효과만을 냈을 뿐이라는 게 지자체 대부분의 주장이다.

취득세 인하로 인한 재정감소액을 재산세 과표 인상 등으로 보전하는 방안 역시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전시 세무과 관계자는 "국민 대다수가 납세자인 재산세를 50% 이상 인상할 경우 조세 저항을 불러올 수 있으며, 집 없는 서민들의 전·월세 인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취득세 영구 인하 방침을 추진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25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에 매물이 걸려 있다. 정부는 1%의 취득세를 부과하는 주택 매매가의 범위를 9억원 이하에서 최대 3억원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9월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이 입법화되도록 할 계획인 가운데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고 전세가격은 오름폭이 확대되는 등 당분간 시장이 움츠러드는 거래절벽이 예상된다. 2013.7.2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셋째, 취득세 인하로 가뜩이나 열악한 지자체 살림살이가 불안정해진다는 것이다.

이번 취득세 영구 인하 대상인 주택유상거래 취득세 규모는 4조9000억원으로, 전체 취득세(14조1000억원)의 35%를 차지한다.

이처럼 취득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자체별로 30~55%에 달하기 때문에 지자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 취득세 영구 인하 시 약 6200억원의 재정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취득세가 올해 예산 기준 세원의 21.6%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타 지자체와 달리 보통교부세를 받지 못하고 있어 그 피해를 시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해 타격이 가장 크다.

경기도 역시 취득세가 세원의 55.6%를 차지하고 있어 취득세율이 영구 인하될 경우 연간 73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세수가 급격히 줄게 되면 예측 가능해야 하는 지방 예산이 불안정성이 커져 지자체 재정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복지를 비롯한 지자체 주요 정책의 불안정성도 가중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취득세 인하 시 약 2070억의 세수감소가 발생하는 울산시 재무과 관계자는 "세수감소는 물론 세입의 예측가능성을 불안하게 만들어 안정적 세입기만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넷째, 무상보육 등 크게 늘어난 복지사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있다.

당장 9월이면 무상보육 예산이 고갈될 위기에 직면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득세는 고유한 지방세로 지방 재정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너무나 크다"며 "영구적으로 취득세가 인하되면 지방정부들은 정상적인 운영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충북의 경우 복지 등 국고보조 67개 사업 지방이양으로 허리가 휜 상태다. 여기에 0~5세를 대상의 영유아보육사업 부담까지 더해져 '녹다운' 됐다는 입장이다.

충북은 예산부족으로 11월 이후 영유아보육사업 실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강원도의 경우 도 재정 뿐 아니라 2018년 개최 예정인 평창 동계올림픽에까지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도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매칭으로 진행되는 각종 복지사업이 자꾸 늘어나 재정 부담이 매우 크다"며 "부담은 지방이 지고 정부는 생색만 내는 상당수 복지사업에 대해 지역의 불만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부산시 세정담당관실 관계자는 "취득세 인하 시 복지비는 물론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 모든 부문에서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정상적인 시 운영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세 형평성도 문제다.

대구시 재무과 관계자는 "과세형평성 차원에서도 유상거래 이외에 상속, 증여, 신축 등 취득세 전반에 대한 세율인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구시의 경우 2011년 3·22 대책 이후 주택유상거래에 대한 취득세 감면율을 2%에서 1%로 낮추자 대구지역의 취득세가 1002억원 감소했다.

지난 23일 전국 시·도지사 협의회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취득세 영구 인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기초단체장들까지 성명서 등을 통해 불만을 제기함에 따라 정부의 취득세 영구 인하 방침에 대한 지자체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별취재팀=장은지·한종수·차윤주(서울)·박동욱·박광석(부산·경남)·김영재(충북)·이승석(전북)·심영석(대전·충남)·신효재(강원)·김한식(광주·전남)·이재춘·김대벽(대구·경북)·이상민(제주)·이상길(울산)·송용환(경기)·주영민(인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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