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철거→방치→재설치 추진'…단양군의 황당한 가로등 행정
뽑힌 5억원어치의 수십개 가로등, 공터서 4개월째 방치
수자원공사 "이런 경우는 처음"
- 손도언 기자
(단양=뉴스1) 손도언 기자 = 충북 단양군이 다른 기관의 허가도 받지 않은 채 생태공원에 가로등 24개를 설치했다가 철거하고, 수개월째 공터에 방치한 뒤 다시 허가를 받아 재설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설치→철거→방치→재설치 추진'으로 이어진 행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단양군 등에 따르면 군은 2023년 사업비 100억 원을 들여 단성면 북하리 일원 17만㎡에 단성 생태 체육공원을 조성했다.
군은 당시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하천 점용허가를 받아 산책로와 파크골프장 등을 갖춘 생태공원을 만들었다.
문제는 공원 조성 이후 가로등을 추가로 설치하면서 불거졌다.
군은 2024년 11월 생태공원 산책로에 태양광 가로등 16개를 설치한 데 이어 지난해 7월 파크골프장에 일반 가로등 8개를 추가로 세웠다. 모두 24개다.
하지만 하천 점용허가 내용에는 가로등 설치가 포함돼 있지 않았고, 군은 수자원공사의 별도 허가 없이 가로등을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자원공사는 해당 가로등을 허가받지 않은 구조물로 보고 군에 원상복구를 요구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단양군이 생태공원 조성을 추진하면서 가로등을 설치하겠다고 제출한 서류는 없다"며 "가로등을 불법 구조물로 보고 복구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가로등 설치 신청서 자체가 접수된 적이 없다"며 "신청서가 접수되면 자체 협의를 거쳐야 하고 이후 환경부와의 협의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군은 이미 설치한 가로등 24개를 모두 철거했다.
하지만 철거한 가로등은 현재 생태공원 인근 공터에 천막을 씌운 채 수개월째 보관되고 있다. 일부 가로등은 천막조차 없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가로등을 설치했다가 다시 뽑은 데 이어, 이제는 뒤늦게 허가를 받아 같은 장소에 재설치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셈이다.
단양군은 당초 가로등을 설치한 상태에서 수자원공사의 허가를 받을 계획이었지만 협의가 여의치 않자 철거했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생태공원 내에 설치된 가로등을 세워둔 채 공사 측으로부터 허가를 받을 계획이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가로등을 뽑게 됐다"며 "변경 허가를 신청해 가로등을 생태공원 내에 다시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재설치까지는 추가 절차가 남아 있다.
수자원공사에 정식 신청서를 제출한 뒤 자체 협의를 거쳐야 하고 환경부와의 협의도 필요한 만큼 변경 허가 여부와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철거된 가로등이 언제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k-55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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