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만 끝나면 너도나도 슬로건 변경…충북 매번 수천만원씩 투입

도내 자치단체 도·시·군정 목표 청사 현판 교체 분주
이상천 시장 "예산 낭비"…시정 현판 아예 '제천시청'

충북도 민선 9기 도정 목표 현판식.(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민선 9기를 맞은 충북 시군마다 너도나도 과거 행정 목표를 지우고 새것으로 교체하는데 분주하다.

단체장의 선언적 다짐을 지표로 삼겠다는 의지 표명은 긍정적이지만, 지방선거에 맞춰 4년마다 수천만 원씩 쓰는 연례행사가 자칫 예산 낭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14일 충북도에 따르면 신관 입구에 민선 9기 도정 목표 현판을 설치하는 데 250만 원을 썼다. 앞서 신용한 지사는 직접 쓴 손 글씨로 '충북 대전환, 민생 실용 충북'을 도정 목표로 정했다. 신관뿐만 아니라 청사 관리 부서별로 예산을 들여 새 슬로건으로 교체하고 있다.

이장섭 청주시장은 '시민특별시 청주'를 시정 목표를 정해 본청, 4개 구청, 5개 직속기관, 5개 사업소, 43개 읍면동에서 여기에 맞게 청사에 내건 '시정 간판'을 바꿔 달거나 작업 중이다.

본청에서는 제1임시청사 입구 상단에 걸린 시정 목표 현판을 200만 원을 들여 갈아 끼웠고, 내부 교체도 하고 있다. 이 작업에는 940만 원 정도가 들어갈 예정이다.

청원구청도 시정 목표를 표출한 청사 정문, 내부 스티커 등을 교체하는 데 700만 원 정도를 사용했다. 서원구청도 460만 원을 들여 정문 현판 등 시설물 9개 정도를 교체했다.

김명식 진천군수는 '격이 다른 진천'으로 정하면서 군청과 읍면 청사 등 18곳에서 군정 목표 현판 변경에 1461만 원을 집행했다.

신임 단체장뿐만 아니라 재선에 성공한 군수들도 민선 9기 시정 목표를 정비하면서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재영 증평군수는 민선 8기 본인이 정한 '군민 중심 새로운 미래 증평'을 이번엔 '군민이 행복한 스마트 증평'으로 바꾸면서 2400만 원 정도를 사용할 예정이다. 송인헌 괴산군수도 '자연과 함께하는 청정 괴산'을 '청정괴산 더 크게 더 행복하게'로 변경하면서 1419만 원을 쓴다.

시정 목표 현판을 '제천시청'으로 변경한 제천시 청사.(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일부에서는 단체장이 정한 구호 대신 지역 가치와 상징성을 담은 이미지나 문구로 영구화하면 때마다 교체할 필요가 없어 예산을 아낄 것으로 예상한다.

이상천 제천시장은 청사 외부에 내건 시정 목표 현판에 민선 8기 슬로건을 떼고 행정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제천시청' 4자를 박았다. 이 시장은 단체장 교체 때마다 반복하는 시정 목표 변경이 예산 낭비라고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에서 관리하는 옥외광고물(현수막) 게시대도 1500만 원을 들여 시정 목표 문구를 변경한다. 전체 게시대 293개 중 시정 목표 변경이 필요한 게시대가 84개 정도로 그쳐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나머지는 지역을 상징하는 범용 디자인이나 지방세 납부 등 시민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알리는 게시대여서 4년마다 돈을 들여 교체할 필요가 없다.

정영철 영동군수, 최재형 보은군수, 황규철 옥천군수는 민선 8기 자신들이 정한 군정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도내 자치단체 한 공무원은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예산을 들여 반복하는 슬로건 변경이 관행처럼 됐다"며 "전광판 사용이나 지역 상징물 사용 등 예산을 절감할 방안은 없는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ppjjww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