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교육감·군수·의장 등 총출동…작지만 전국서 가장 큰 운동회
구두·양복 벗고 시골 아이들과 반나절 함께 한 윤건영 충북교육감
4회 단양 작은학교들의 큰 운동회…"해마다 수십명 씩 전학 아쉬움"
- 손도언 기자
(단양=뉴스1) 손도언 기자 = "가곡초, 가평초, 단전초, 대가초, 대강초, 어상천초, 영춘초 학생들 모두 모였나요."
23일 오전 단양체육관에서 '4회 단양 작은 학교들의 큰 운동회'가 열렸다. 이 운동회에 참가한 윤건영 충북교육감은 체육관 무대 위에서 일일히 학교 이름을 부르며 출석을 체크했다. 아이들은 윤 교육감의 호명에 큰 소리로 "네"라고 외쳤다.
윤 교육감은 구두와 양복을 벗어 던지고 운동화와 운동복 차림으로 이날 아침 일찍 충북 청주 도교육청에서 출발해 2시간가량 걸리는 이곳으로 한걸음에 달려왔다.
"얘들아, 같이 놀자"며 그라운드로 뛰어든 그는 협동 공튀기기 체육놀이에 참여했다. 윤 교육감은 푸른 천 위에 공을 튀기는 놀이에서 한쪽면 천을 붙잡고 아이들과 함께 호흡했다.
윤 교육감이 한쪽 천을 너무 세게 잡아당겼는지 천 위에 있던 공은 밖으로 튀어 나갔고, 아이들은 그 모습에 깔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연습 경기 5분이 지난 뒤 윤 교육감은 본 게임에서 감을 잡은 듯 아이들과 척척 호흡을 맞춰가며 공을 허공으로 띄웠다.
윤 교육감은 오전 내내 아이들과 함께 놀며 구슬땀을 흘렸다.
윤 교육감은 작은 학교 운동회 개회식에 참여하지 않았다. 개회식은 김문근 단양군수 등 지역 기관 단체장의 몫이었다. 윤 교육감은 개회식에 중점을 둔 게 아니라, 아이들과 뛰어노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윤 교육감은 "비록 작은 학교 학생들이 모두 모여 연 운동회지만, 충북에서 가장 큰 운동회"라며 "의미 있는 운동회에 어찌 안 올 수 있냐"고 말했다.
이 운동회는 올해 4년째 진행하고 있는데, 그는 지난해만 제외하고 1회, 2회, 4회 운동회에 참가했다. 지난해에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독도 탐방 일정과 겹치면서 참여하지 못했다.
윤 교육감을 비롯한 단양지역 7개의 작은 학교 교장, 교사, 행정직원뿐만 아니라 지역 군수, 군 의장, 기관단체장 등도 이 운동회 전원 참석했다. 한마디로 총출동했다.
김문근 단양군수는 "작은 학교지만, 우리 아이들의 꿈의 크기는 전국에서 가장 클 것"이라며 "아이들이 가장 행복한 자치단체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보다 52명 적은 144명이 올해 작은 학교들의 큰 운동회에 참여했다. 지난해 참여 학생이 196명이었는데, 수십명의 초등 학생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시골 학교에서 도시학교로 전학을 갔다.
김명주 단양교육지원청 장학사는 "교육지원청이 시골 학교를 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도, 한해 수십명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아쉬움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양 가곡초 25명, 가평초 22명, 단천초 19명, 대가초 17명, 대강초 25명, 어상천초 6명, 영춘초 30명의 유·초등학생들이 이 운동회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학교는 다르지만 바구니탑 쌓 쌓기, 토끼와 거북이, 협동 공튀기기, 풍선 기둥 만들기, 박 터뜨리기, 명랑 이어달리기 등 다양한 체육·놀이 활동에서 서로를 알아갔다.
호흡이 맞지 않아 넘어지는 학생들의 손을 놀이에 함께 참여한 다른 학교 학생들이 잡아줬다. 교사들은 넘어진 다른 학교 학생들을 일으켜 세워줬고, 주먹을 쥔 채 화이팅을 외쳐줬다. 7개의 작은 학교들이 모여 진행한 운동회에 교장과 교사, 학부모들은 모두 하나였다.
정경민 학생(단양 어상초·2년)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학교 친구들과 친해졌다"고 말했다.
144명의 아이도 이날만큼은 '우리들의 세상'이었다.
k-55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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