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화상병 확산 차단 '허점'…보은 곳곳 의심 증상 은폐 의혹

농민들 "지침 어기고 의심 증상 잔가지 등 자체 소각 목격"
현실성 없는 손실보상금 탓…인건비 등 빼면 남는 게 없어

충북 보은군의 한 과수원 인근에 사과나무 잔가지를 태운 흔적이 남아 있다.2026.6.23/뉴스1

(보은=뉴스1) 장인수 기자 = 충북 보은군이 과수화상병 확산 차단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과수화상병 확산 차단을 위해 비상 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일부 농가에서 의심 증상을 은폐하며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23일 보은군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산외면의 한 사과밭에서 과수화상병 확진 판정을 받은 후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이 지역에서 삼승면 1농가, 수한면 1농가, 내북면 2농가, 산외면 3농가 모두 7농가 3.2㏊가 과수화상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군은 지난달 24일부터 자체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군 농업기술센터 내 비상 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농가에서 과수화상병 의심 증상을 보이는 사과나무를 몰래 자체 처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과수화상병 의심 증상을 보이는 잔가지 등을 자체 소각 처리하고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현행 농업진흥청 지침에는 과수화상병 증상이 심한 과원은 생석회와 함께 전량 매몰, 부분 증상을 보이면 줄 따라 생석회와 함께 부분 매몰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소각 시에는 폐기물관리법 2조에 따른 폐기물 처리시설에서 소각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폐기물 처리시설을 이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때는 식물방제관이 지정한 장소에서 소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사과 재배 농민 김 모 씨(63)는 "의심 증상을 보이는 사과나무를 신고하지 않고 고사가 진행 중인 잔가지만 자체 소각 처리하는 농민이 적지 않다"며 "자칫 과수화상병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까봐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농정 당국의 현실성 없는 손실보상금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익명 요구 농민(65)은 "수령이 15년 안팎인 사과나무 800여 그루를 기준으로 할 때 연간 1억 원가량의 소득을 올린다"며 "만약 과수화상병 의심 증상을 보여 신고한 뒤 확진 판정을 받으면 손해 보상금은 애초 예상한 소득에 절반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기에 인건비와 관리비 등에 사용한 1600만 원 정도를 빼면 남는 게 없는데 누가 쉽게 의심 증상을 당국에 신고하겠냐"고 반문했다.

농민들은 과수화상병 의심 증상을 발견하고도 소득 창출을 위해 사과 수확 때까지 은폐 유혹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한다.

결국 보은군이 확산 방지를 위한 정밀예찰을 강화하고 있다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한계에 노출해 있는 셈이다.

농민들 한쪽에선 농정 당국이 과수화상병 처리 지침 이행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확산세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 농기센터 관계자는 "관계기관과 협력해 과수화상병 예찰과 방제에 나서고 있으나 어려움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의심 증상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jis49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