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했는데 나올 때 반송장"…세종 장애인 학대 피해자 형 울분

"행정기관도 나몰라라…이게 행정수도 복지행정이냐“
"신뢰 관계인 동석해야 하는데" 장애인 수사 인권규칙 어겨

지난 15일 세종시청 앞에서 장애인 학대 사건과 관련해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세종장애안단체 회원들. (세종시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스1) 장동열 기자 = "(동생이) 복지시설 들어가 10개월 동안 생활했다, 들어갈 땐 멀쩡했는데 나올 때는 반송장이었다."

세종시의 한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에 동생을 맡겼다가 학대 피해 추정 사건에 휘말린 A 씨는 19일 뉴스1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눈물을 터뜨렸다.

A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그때 어땠냐면, 응급실에 가보니 얘가 그냥 반송장이었다"며 "왼쪽 옆구리에 갈비뼈가 6개가 다 부러졌다. 또 요추 2번 3번 4번 거기가 다 주저앉았더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이 사건은 지난해 1월 세종시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발생했다. 이 시설에 입소해 있던 A 씨의 동생은 40대 중증 장애인으로 지난해 병원에서 갈비뼈 골절 등 전치 12주 진단을 받았다.

세종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당시 장애인 학대 정황을 의심하고,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세종 북부경찰서는 3개월간 조사한 뒤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후 A 씨가 나서 경찰, 세종시, 법무부, 권익위 등에 억울함을 호소했고, 결국 세종경찰청은 지난 6일 재수사에 착수했다.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지 1년 만의 일이다.

이 상황과 관련해 A 씨는 "당시 경찰 공권력을 믿고, 법원을 믿고, 세종시청을 믿고, 행정 시스템을 믿었다"며 "그런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도와줄 게 없다는 말뿐이었다. (아직까지) 의료비 한 푼 지원 못 받았다"고 토로했다.

학대 의혹이 발생한 뒤 복지시설에서 나와 피해자 쉼터로 옮겨졌으나 행정기관은 비정했다.

A 씨는 "지난 2월 (세종시청 담당자에게) 갑자기 전화가 왔다. 동생분 쉼터에 있는 시간이 1년이 됐기 때문에 2월말까지 나가라는 통보였다"며 "당장 어떻게 나가냐고 항의하니 그런 건 보호자님이 미리 생각해 놓으셨어야죠라고 다그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청 담당자의 답변은 다른 시설로 안 가면 집으로 데려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며 "그게 끝이에요. 이게 대한민국 행정수도 세종시의 장애인 복지정책"이라고 혀를 찼다.

A 씨는 "그런 사고가 났는데, 아무런 피의자도 없고, 너 혼자 그렇게 된 거고, 도와줄 것 아무것도 없고, 나가세요, 다른 시설 안 가실 거면 나가세요라고 하는 게 선진국 대한민국의 복지행정이냐"고 반문했다.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뒤 여러 기관을 노크하며 도움을 요청했으나 사건이 종결돼 해 줄 게 없다며 인권 변호사를 찾아보라는 답변뿐이었다.

경찰 조사에 대해서도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A 씨는 "중증 장애인인데 딱 한 번 (경찰에서)조사를 했다"며 "그런데 진술 조력인도 없고, 신뢰 관계인도 없는 상태에서 (조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중증 장애인으로 소통이 어려운 만큼 조력인을 배치해 달라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진정기관)의 요청도 묵살됐다.

2022년 제정된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에 따르면 피해자가 사회적 약자인 경우 신뢰 관계인이 동석해 조사를 받고, 동의를 받아 영상 녹화도 가능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도 사법기관이 장애인에게 형사사법 절차상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과 구체적인 지원 내용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이런 조력을 받지 못했다.

A 씨는 "가족에게 전화 한 통 없었고, 진정기관도 참고인 조사에 참석한 적도, 연락받은 적도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고발기관은 지난해 5월 23일 혐의없음으로 종결한다는 공문 한 장 받은 게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가족들 마음이 불편하다. 상대가 행정기관들인데 그분(공무원)들이 보복할까 두렵기도 하다"라며 "똑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언론에 이런 내용을 말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세종 장애인단체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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