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걱정 없는 산골마을…괴산이 만든 '숲 난방' 실험
버려지는 산림 부산물이 황금 연료로…"이전으로 못 돌아가"
지자체·주민 협동조합 모델, 탄소중립 시대 산촌의 미래 제시
- 이성기 기자
(괴산=뉴스1) 이성기 기자 = 기름값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탄소배출 저감과 대기환경 개선 효과까지 거둔 산골 마을이 있어 눈길을 끈다. 충북 괴산군 장연면 장암·신대 산림 에너지 자립마을이다.
6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이 마을에는 시골 마을에서 흔한 장작 연기 대신 맑은 공기가 감돈다. 국내에서 드문 산림 에너지 자립마을인 이곳은 친환경 지역난방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안착시키며 산촌 에너지 자립의 모범사례로 자리 잡았다.
괴산군은 폐교된 옛 장풍분교 터에 2024년 '담바우 에너지공급센터'를 조성해 산림바이오매스 기반 열 공급에 나서고 있다. 센터에는 400㎾ 목재칩보일러 2대가 가동 중이며, 장암·신대마을 60여 가구는 기존 개별난방을 300L 온수 탱크와 벽체형 열교환기를 갖춘 지역난방 설비로 전면 교체했다.
센터 내 목재칩보일러에서 생산한 80~90도 온수가 80㎝ 깊이로 매설된 7.17㎞의 열배관을 타고 각 가정에 온기를 전달한다. 각 가정에는 수도꼭지만 틀면 언제든 따뜻한 물이 쏟아진다.
"이전으로요? 절대 못 돌아가죠. 손사래부터 쳐집니다" 마을 주민 권오순 씨(68)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차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권 씨의 겨울은 '사투'였다.
무거운 장작을 패고 화목보일러에 불을 지피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었고, 자칫 불씨라도 튈까 노심초사하며 밤잠을 설쳤다.
하지만 지금은 도시 아파트에서나 누릴 법한 '중앙난방' 시스템을 통해 편리하게 살고 있다.
담바우 에너지공급센터 홍남표 소장(70)은 "버려지는 산림 자원을 활용해 친환경 에너지를 만들면서 마을 환경이 몰라보게 깨끗해졌다"며 "단순히 난방 방식을 바꾼 것이 아니라 마을의 주거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에너지 자립마을 운영 모니터링 결과, 2024년 8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이 마을의 난방비는 기존 연료 대비 큰 폭의 절감 효과를 보였다. 등유 보일러를 쓰던 가구는 32%, LPG와 심야전기 사용 가구는 각각 17.7%의 비용을 아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주민이 직접 구성한 협동조합 운영이 성과를 내며 공급 단가도 더 낮아졌다. 투명한 관리로 쌓인 누적 잉여금 2500만 원을 주민에게 환원하기로 하면서 공급 단가를 추가로 17% 인하했다.
우익원 괴산군 정원산림과장은 "산림에너지 자립마을은 에너지 취약 지역인 산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지역 내 자원순환 구조를 만드는 국가적 모범사례"라고 말했다.
괴산군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업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소수면 아성리 일대에는 목재칩보일러를 활용한 스마트팜을 조성 중이다. 가정용 난방을 넘어 대규모 온실 난방까지 산림에너지를 접목해 '산림-농업-에너지'를 잇는 신산업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sk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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