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무차별 폭행에 죽은 동생…"자해한 것" 범행 부인한 친형
부실수사로 묻힐 뻔…담당 경찰 중징계 [사건의 재구성]
- 임양규 기자
(청주=뉴스1) 임양규 기자 = 2022년 6월 2일 오후 10시쯤 충북 청주의 한 단독주택. 외출을 마친 A 씨(60대)가 술에 잔뜩 취한 채 집에 돌아오자 집 안엔 긴장감이 가득 찼다.
그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이유 없이 친동생 B 씨(59)에게 욕설을 하며 주먹질과 발길질을 시작했다. 일상과도 같은 일이다.
A 씨의 계속되는 폭행에 B 씨가 마당으로 도망쳤지만, 폭행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마당까지 쫓아가 폭행을 이어갔다.
이튿날인 3일 오전 5시 10분쯤부터 오전 9시 30분쯤까지 A 씨는 4시간이 넘도록 B 씨를 일방적으로 때렸다. 결국 동생은 친형의 손에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A 씨는 평소에도 술을 마시면 B 씨에게 이유 없이 폭언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살인사건은 경찰의 부실 수사로 변사로 마무리될 뻔했다.
사건을 맡았던 경찰은 2022년 당시 '타살이 의심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의견을 받았다.
하지만 경찰은 주민 탐문과 폐쇄회로(CC)TV 영상 확보 등을 소홀히 한 채 '증거불충분'으로 1년 만에 사건을 종결했다.
주민 탐문을 하라는 검찰의 요청을 받았지만, 9개월 만에 또다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검찰로부터 재차 보완 수사 요구를 받은 경찰은 수사팀을 교체했고 한 달 만에 주민 탐문을 통해 A 씨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진술 등을 확보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도 직접 보완 수사를 통해 집에 있던 혈흔을 발견했고, A 씨가 주먹 등으로 B 씨의 머리를 가격한 사실을 증명한 뒤 상해치사 혐의로 그를 구속 기소했다.
사건을 맡았던 A 경정은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A 씨는 수사기관에서 B 씨를 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사건 당일인 2022년 6월 3일 B 씨가 마당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119에 신고했을 뿐 자신은 동생의 죽음과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B 씨가 조현병, 우울증 등으로 평소 자해를 해왔고 사건 당일에도 창문에서 나가다 떨어진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A 씨는 폭행 당시 목격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A 씨 집 인근에 살던 C 씨는 2022년 6월쯤 술에 취한 남성이 욕설과 함께 윽박지르는 소리를 들었고 이 소리는 수일간 반복됐다고 진술했다.
하루는 누군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서 보니 A 씨가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때리고 있었고 맞은 남성은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했다고도 했다.
A 씨는 범행을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목격자들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있는 점, 수사 기록 등을 토대로 그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대전고법 청주제1형사부(부장판사 박은영)는 지난 1월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A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B 씨의 사망 원인은 갈비뼈 골절, 뇌출혈, 창자간막 파열 등 다발성 손상이었다.
yang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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