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 유배길을 가다]③4백리길 지친 어린 왕…화당초 자리에 행장 풀고 눈물

백운면 유배행렬 휴식장소로 전해져…고려말 옛 관아 터
제천은 '길위의 인문학' 고장, 역사적 가치 조명 서둘러야

편집자주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 신드롬이 계속되고 있다. 단종의 유배지인 강원 영월은 영화 개봉 이후 핫한 지역'으로 떠올랐고, 관련 있는 전국 자치단체도 '왕사남 신드롬'에 가세하는 분위기다. 뉴스1은 제천의 단종 유배길을 따라 걸었다. 단종과 제천이 얽힌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충북 제천시 백운면 화당초등학교의 옛 관아 터 이야기를 기록해 놓은 제천군지 68페이지 백운면 역사적 고찰 부분.2026.3.9/뉴스1 손도언 기자

(제천=뉴스1) 손도언 기자 = 임금 자리를 빼앗기고 강원 영월로 유배길에 나선 조선의 6대 왕인 단종(1452~1455)은 충북 제천에서 잠시 대열을 정비하며 숨을 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 역사학계에 따르면 단종은 제천시 백운면 화당리(꽃댕이 마을)와 강원 원주시 귀래면 운남리를 잇는 '배재' 고갯길을 넘는다.

그리고 운학천을 따라 화당리 마을 즉 지금의 화당초등학교 인근을 지나 덕동계곡, 구력재(제천 백운과 원주 신림 도계)를 넘어 다시 원주시로 향한다.

특히 배재 고갯길에서 3㎞가량 내려오면 화당초가 나오는데, 단종은 이곳 화당초에서 수행 인원의 대열을 정비하고 400여 리 걸어 지친 몸을 쉬어 간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 말~조선 초 학자 권근(1352~1409)의 글을 모은 한문 시문집인 양촌집(陽村集)과 제천군지(1969년 제천군지편찬위원회 편찬) 등 지역 향토사 등은 고려 후기 제천시 백운면에 '옛 관아 터'가 있었다고 전한다.

단종이 수행 인원의 대열 정비와 간단하게 휴식을 취한 곳으로 전해지는 충북 제천시 백운면 화당리 화당초등학교.2026.3.9/뉴스1 손도언 기자
단종이 수행 인원의 대열 정비와 간단하게 휴식을 취한 곳으로 전해지는 충북 제천시 백운면 화당리 화당초등학교 송림.2026.3.9/뉴스1 손도언 기자

옛 관아 터는 현재의 백운면 화당초 지점일 것으로 추정한다는 게 지역 향토 사학계와 옛 고서의 설명이다. 관아는 지금의 '제천시청'과 같다.

화당초 지점이 옛 관아터였다면 단종의 행렬은 '관행로(어가 행차나 공적 물자를 운반할 때 쓰이던 길)'를 따라가면서 민가를 피해서 옛 관아 터로 진입하는 게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당시 시대적 배경을 보면 세조가 어린 단종의 왕좌를 빼앗아 민심은 흉흉했다. 세조는 들끓는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단종 유배 행렬을 험한 산지로 유도했다.

사실상 단종 유배 행렬은 민가와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단종은 옛 관아 터로 행렬을 이끌어 대열을 정비하는 등 휴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역 역사학계는 설명한다.

화당리 지역은 당시 '남과 북, 동과 서'로 연결되는 내륙 중심에 있고 백운산 등 크고 작은 산으로 둘러싸인 천연 요새로 알려졌다. 옛 관아 터로 적합한 지형인 셈이다.

'단종의 유배길'로 알려진 충북 제천시 백운면 화당리와 강원 원주시 귀래면 운남리의 고갯길인 배재.2026.3.9/뉴스1 손도언 기자

그러나 학계와 자치단체 등은 제천 백운면의 역사적 가치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단종의 유배길, 배재에 얽힌 이야기, 화당초의 옛 관아 터,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재위 927~935)의 제2의 별궁 터' 등의 흔적 찾기 발굴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역사학계는 지금이라도 자치단체와 학계가 머리를 맞대 500년에서 1000년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사실인지 허구인지 등 백운면의 역사적 가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충북의 한 역사학자는 "제천은 '길 위의 인문학'의 고장"이라며 "제천의 '길'은 많은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는데, 누구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A 씨(55·청주시 거주)는 "제천시 백운면 화당리가 고향이고, 화당초가 모교"라며 "사실이든, 허구이든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제천시 관계자는 "사실 백운면의 역사적 가치를 모르고 있었다"며 "지금이라도 어떤 역사적 가치가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2026년 최고의 흥행작에 등극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영월 청령포는 물론 단종의 유배길 등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단종의 유배지 강원 영월군 청령포.2026.3.9/뉴스1 손도언 기자

k-55s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