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 유배길을 가다]①통곡의 고갯길…어린왕은 다시 넘지 못했다

제천 '배재→화당→덕동'으로 이어진 유배길 새롭게 조명
시내 아닌 '관행로' 따라 굽이굽이 돌아서 유배지 영월로

편집자주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 신드롬이 계속되고 있다. 단종의 유배지인 강원 영월은 영화 개봉 이후 핫한 지역'으로 떠올랐다. 단종과 관련 있는 전국 자치단체도 '왕사남 신드롬'에 가세하는 분위기다. 뉴스1은 제천의 단종 유배길을 따라 걸었다. 단종과 제천이 얽힌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사진.

(제천=뉴스1) 손도언 기자 =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흥행하면서 '단종 유배길'도 주목받고 있다.

단종의 유배길 흔적은 강원 영월뿐 아니라 인근인 충북 제천과 강원 원주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제천 지역 유배길은 폐위된 이후 단종의 슬픔이 절정에 달했거나 비극적 운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으로 평가된다.

제천 유배길의 핵심은 '배재'다. 배재는 제천시 백운면 화당리와 강원 원주시 귀래면 운남리를 잇는 고갯길이다. 강원과 충북의 도계인 배재는 지금도 주민들이 넘나드는 곳이다.

단종은 유배지 최종 목적지인 영월의 청령포로 가기 전 이곳 배재 정상에서 한양을 향해 마지막으로 절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종의 유배길'로 알려진 충북 제천시 백운면 화당리와 강원 원주시 귀래면 운남리의 고갯길인 배재.2026.3.6/뉴스1 손도언 기자

귀래면의 한자 뜻은 돌아갈 '귀(歸)' 자와 (돌아)올 '래(來)'다. '한양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단종의 애절함이 묻어난다. 그러나 단종은 이 고갯길을 다시 넘지 못했다.

'배재'의 한자 뜻도 단종의 유배길에 대한 슬픔 등 여러 감정이 뒤섞여있다.

배재는 한자어로 배례(拜禮·절하는 예) '배(拜)' 자와 고개 '재(岾)' 자를 쓴다. 마지막 절 그러니까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단종의 감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윤종섭 제천문화원장은 "단종이 배재 고갯길 정상에서 절을 했다면 다시 한양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과 마지막이 될 감정이 섞이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귀래면과 배재는 시대적으로 조선시대의 명칭이 아닌 한참 이전인 고려 때의 지명"이라고 덧붙였다.

'단종의 유배길'에 위치한 충북 제천시 백운면 화당초등학교.2026.3.6/뉴스1 손도언 기자

단종의 유배 행렬은 제천에서 수일간 이어진다.

배재를 넘어 화당리 마을 즉 지금의 화당초등학교를 지나 덕동계곡, 구력재(제천 백운과 원주 신림 도계)를 넘어 다시 원주시로 이어진다. 제천 백운의 운학천을 따라 원주로 이동한 것이다.

그렇다면 단종의 유배 행렬은 왜 구불구불 돌아 영월로 갔을까.

현재의 지도에서 원주 귀래면~영월 청령포까지 직선거리로 이동한다면 '제천 시내'를 지나야 한다. 하지만 단종은 '원주→제천→원주→영월'로 지나는 코스로 이동했다.

조선시대에는 '관행로'가 있었는데, 이 길은 어가 행차나 공적 물자를 운반할 때 쓰였다. 단종 역시 굽이굽이 이어진 이 관행로를 이용해 이동하면서 종횡을 반복했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설명이다.

윤 원장은 "당시 일반 서민이 관행로 들어섰다면 벌을 받았을 정도로 나라에서 엄하게 관리했다"며 "산적들도 감히 걷지 못한 길이어서 아마 단종이 관행로를 이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단종의 유배길'을 따라 이어진 충북 제천시 백운면 덕동계곡.2026.3.6/뉴스1 손도언 기자

k-55s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