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점검]오송참사 추모 조형물 설치 장소 두고 공전 거듭
도청 정원으로 협의…도의회 "장소 논의 필요" 예산 삭감
- 김용빈 기자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오송 지하차도 참사 추모 조형물 설치 장소를 둘러싼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도민이 찾는 도청 정원에 설치해야 한다는 유가족·생존자들의 요구와 추모 장소로 적합하지 않다는 충북도의회의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합의점을 찾고 연내 조형물 설치가 이뤄질지 관심이다.
오송참사 추모 조형물 설치 논의는 김영환 충북지사가 희생자를 위로하고 참사가 주는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추모비를 세우겠다는 약속에서 시작됐다.
문제는 설치 장소였다. 논의 초기 오송참사가 발생한 궁평2 지하차도 인근과 KTX오송역 등이 추모비 설치 장소로 거론됐으나 철도공단이 난색을 보이면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오송 만수공원도 후보지 가운데 하나였으나 공원법상 추모 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는 해석을 받으면서 무산됐다.
충북도는 유가족과 여러 차례 의견 조율을 거쳐 도청 정원에 추모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조형물 설치비 5000만 원도 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해 충북도의회에 제출했으나 도의회는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설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설치 장소와 형태 등 도민 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유가족은 도의회가 지금까지 유가족에게 의견을 묻거나 소통하지 않았으면서 공론화 부족을 언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도의회는 유가족과 이견을 좁히기 위해 몇 차례 만남을 가졌으나 서로의 주장만 팽팽하게 맞서며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유가족들은 오랜 조형물 설치 장소 협의와 설치 장소 불발, 2차 가해가 반복되면서 추가적인 공론화나 협의에는 등을 돌린 상태다.
시민단체 간 장외 여론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은 "도청 공간은 제한적이고 추모 공간의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접근성이 좋고 추모의 의미를 담을 수 있는 별도의 공원에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청에 추모 시설을 건립하면 추후 같은 일을 거부할 명분을 찾기 힘들다"며 수많은 조형물이 들어설 수 있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가족 협의회와 참여자치시민연대 등은 "도청은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상징적 장소로 참사 교훈을 조명할 수 있는 장소"라며 "도의회는 충북도와 유가족 합의에 따라 조형물 설치에 협조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오송참사 추모 모임도 예산 통과를 촉구하면서 "행사가 많은 공간(도청 정원)이라는 이유가 추모비 설치 부적합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오히려 많은 도민이 오가는 장소이기에 기억과 경각심의 효과는 커진다"고 주장했다.
충북도는 유가족의 요구를 수용하고 추가적인 갈등 확산을 막고자 3회 추경안에 다시 조형물 설치 예산을 담았다.
예산안을 받아 든 도의회는 고심에 빠졌다. 기존에 삭감했던 예산을 변동이나 보완 없이 다시 심사해 승인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내부 의견이 나오면서다.
도의회는 여러 의견을 종합해 예산 심사에 나설 계획이나 상황은 그리 밝지 않다. 이번에도 예산이 통과하지 않으면 조형물 설치는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진영 간 대립과 논란의 중심에서 한 발 떨어져 관망하는 김영환 충북지사의 무책임한 모습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김 지사가 도의회에 공을 떠넘기고 한 발 뺀 모양새"라며 "조형물을 진심으로 설치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갈등을 중재하거나 2차 추경 심사 때 지적됐던 사안을 보완해 도의회가 예산을 통과시킬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주거나 어떤 역할이든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vin0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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