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전도' 청주공예비엔날레…작품 대여비 전체 예산 6% 불과

참여 작가 1325명 비용 4억2000만원…1인당 31만원 수준
전문가 "예산 적으면 좋은 작품 볼 수 있는 가능성 줄어들어"

'2025청주공예비엔날레' 본전시장./뉴스1

(청주=뉴스1) 임양규 기자 = 공예분야 등 작가들의 작품 전시가 메인인 청주공예비엔날레가 본래 목적과 다르게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작품 대여 목적으로 작가들에게 지급하는 '작가피'(Artist's Fee)가 행사 전체 예산과 비교해 턱 없이 낮기 때문이다.

29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과 청주공예비엔날레 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올해 청주공예비엔날레 작가피는 모두 4억 2000만 원이다.

이는 전체 예산 70억 원의 6% 수준으로 본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을 포함해 국제공예공모전에서 수상한 7개 작품 상금(매입비) 1억 2000만 원과 '보자기X젓가락 연결 짓기 공모전' 시상금 1100만 원을 포함한 금액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미술분야 표준계약서 '미술창작대가 지급기준'을 보면 개인 단위 작가 등의 전시 참여 지급액 산정 기준은 △(국·공립미술관 전시) 최소 50만 원 △(정부 전시보조사업) 상호 협의로 돼 있다.

올해 청주공예비엔날레 참여 작가 수는 국내 777명, 국외 548명으로 모두 1325명이다. 공모전에서 상금을 받지 못한 일부 작가들도 있지만, 단순 계산으로 따져봐도 1인당 작가피는 31만 6000원꼴에 불과하다.

행사 전체 예산(70억 원)을 보면 가장 큰 비중은 전시장 디자인 구축비(10억 원)로 14%를 차지한다. 이어 해설사와 운영요원 등 인건비 9억 2000만 원, 작품 운송비 6억 5000만 원 등이다.

작가피(4억 2000만 원)를 제외한 전체 예산의 94%(65억 원) 정도를 부대 비용으로 쓰면서 일부에서는 작품의 질이나 작품성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한 조형예술 분야 명예교수는 "상징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대가들은 별도의 갤러리에 소속되는 경우가 대다수라 제대로 된 작가피가 형성돼야 움직일 수 있는 구조"라며 "예산이 적을수록 좋은 작품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국제행사든지 '무슨 작품이 한국에서만 볼 수 있다'는 평이 있다면 홍보 측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주객전도 청주공예비엔날레'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청주문화재단은 규정대로 작가피를 지급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일부 작가들은 작품 하나 당 몇십 억 원씩 하기도 하지만 이들이 비엔날레에 작품을 낼 때 그만한 돈을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좋은 작품을 적정 가격에 대여해 전시하고 있고 작가피는 작가들과 협의도 하지만, 기준 금액 이상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5청주공예비엔날레' 특별전(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뉴스1

yang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