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제천시 '국립국악원 분원 유치' 포기했나

시장은 담당 부서조차 모르고, 업무 부서는 갈팡질팡
경쟁 지자체는 세미나 개최·추진단 구성 유치전 순항

(제천=뉴스1) 손도언 기자 = 충북 제천시가 국책사업인 국립국악원 분원을 유치하겠다며 가장 먼저 배를 띄웠으나 출항도 못하고 있다.

선장인 김창규 제천시장은 어느 부서가 분원 유치 업무를 담당하는지조차 모르고, 업무 부서는 현재 무엇부터 할지 우선순위도 모른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특히 올 초부터 수개월간 유치를 위해 정부 관계자 등과 그나마 소통해 온 담당 부서장과 팀장은 이달 1일 자로 다른 부서로 전보 조치됐다. 유치하겠다는 노력이 아예 실종됐다.

그러는 사이 충북의 경쟁 자치단체는 국회에서 세미나를 열거나 시민추진단을 구성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유치 전에 가장 늦게 뛰어든 충주시는 31일 가장 먼저 '시민추진단'을 구성했다. 시민과 지역 문화예술인 2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부터 유치 서명운동은 물론 전문가 간담회 등 움직임이 활발하다.

충주시는 국악을 주제로 한 '대한민국 문화도시'라는 점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또 충주시립우륵국악단과 사물놀이 몰개 등 지역의 국악 인프라를 활용한 유치 활동에도 열심이다.

영동군 역시 분원 유치에 고삐를 죄고 있다. 영동군과 박덕흠 국회의원실은 지난달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으로 '국립 영동국악원 설립을 위한 정책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우리나라 3대 악성(樂聖) 중 한 명인 난계 박연 선생의 고향이라는 점과 난계국악단과 등을 내세워 '국악의 고장'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국립국악원 제천분원 위치도(제천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뉴스1

반면 제천시의 유치전은 사실상 '멈춤' 상태다. 특별한 계획도 없이 '문화체육관광부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긴밀한 소통만 벌써 6개월째다. 성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국립국악원 제천분원 유치팀은 제천시청 '기획예산과'다. 기획예산과 내에 공공 유치팀이 맡은 것인데 '국악 특징'에 대한 정보가 늦을 수밖에 없다.

김창규 제천시장은 이달 초 취임 3주년에서 "문화예술과도 합류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기획예산과와 문화예술과의 협력은 지금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제천시의회에서도 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김수완 제천시의원은 지난 22일 348회 임시회 상임위원회에서 이 같은 문제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제천시의 '국악 경쟁력'은 충주와 영동만큼 으뜸이다. 영동군에 난계 선생이 있다면 제천에는 우리나라 3대 악성(樂聖) 중 한 명인 우륵 선생이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최고이자 최초의 국악예술단인 청풍승평계(1893년 창단)도 보유하고 있다. 또 전주대사습 국악경연대회에서 장원을 받는 등 경쟁력으로 보자면 다른 지역에 밀리지 않는다.

가장 좋은 조건과 가장 빠른 공략을 펼쳤던 제천시는 지금 유치 작전에 사실상 손을 논 상태다.

k-55s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