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와줘 고마워"…외국인 계절근로자, 괴산 농가 효자 됐다

작년 이어 재방문, 작업방식·문화 적응력 높아
인건비 절감·노동력 확보…"안정적 정착 지원"

캄보디아에서 입국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충북 괴산 연풍면의 한 농가에서 옥수수를 심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괴산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괴산=뉴스1) 이성기 기자 = 지난 23일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김홍은 씨(70) 농가. 이른 아침부터 능숙한 손길로 옥수수 파종과 옥수수 순 제거 작업을 이어가는 캄보디아 근로자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이들은 낯선 손길이 아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농민과 근로자로 다시 만난 사이다. 이제는 농가의 믿음직한 동반자이기도 하다.

"솜 어꾼 덀 반 먹 마덩 띠엇!"(다시 와줘 고마워). "쑤어쓰데이 리 리아이크랑낫 댸반쭈업!"(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일꾼 구하기 어려운 영농철, 괴산군에서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들이 적재적소에 일손을 보태면서 농가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15년 전국 처음으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도입한 괴산군은 제도가 정착돼 이제는 인건비 절감을 넘어 숙련도 높은 인력 공급에 초점을 맞춰 농가의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군에는 캄보디아 계절 근로자 684명이 196개 농가에 배치돼 담배, 인삼, 고추, 옥수수 등 주요 작물의 파종과 수확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555명보다 129명(23.2%) 늘어났다. 특히 재방문 비율이 높다.

군에 따르면 2022~2023년 재방문한 외국인 계절 근로자가 79명으로 전체의 43.8%를 차지했다.

재방문한 근로자들은 한국 농업 환경과 작업 방식, 문화, 언어 등에 대한 적응력이 높은 데다 농가의 생산성도 향상돼 농민들도 재방문 근로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농장주 김홍은 씨는 "지난해 처음 외국인 계절 근로자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니 근로자들이 손발이 맞고 성실해 올해 다시 보자고 약속했었다"라며 "올해 다시 신청해 재방문 근로자를 배정받았는데 서로의 스타일을 아니까 말하지 않아도 척척 맞아 정말 고맙다"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이어 "올해는 숙련도가 높다 보니 모두가 주인처럼 알아서 해줘 엄청난 도움이 된다. 이들이 깟따뉴(효자)다"라며 "이 친구들과 함께 쭉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제도나 여건이 마련되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덧붙였다.

캄보디아에서 입국한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충북 괴산 연풍면의 한 농가의 옥수수 밭에서 즐거운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괴산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지난해 이어 올해도 김 씨 농가에서 일을 하는 쩜라은라 씨(36)는 "사장님이 잘 챙겨주고 편하게 대해줘 지난해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함께 올해도 사장님과 일하기로 했다"라며 "내년에도 후년에도 한국에 올 수 있다면 사장님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했다.

괴산군은 올해 계절 근로자 유입으로 약 58억 원 이상의 인건비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약 62억 원의 인건비 절감과 노동력 확보 효과를 거뒀다.

김웅태 군 농업정책과 주무관은 "재방문 근로자는 국내 농업 환경과 작업 방식, 문화, 언어 등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 농가의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라며 "숙련된 인력이 농업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계속해서 지원하겠다"고 했다.

sk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