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구석기 동굴' 제천 점말동굴 발굴 전에 이미 도굴
도굴꾼 오래된 동물 뼈 한약재로 유통 가능성
신라 화랑 흔적 '각자' 방치…"계속 모니터링"
- 손도언 기자
(제천=뉴스1) 손도언 기자 = 국내 첫 구석기시대 동굴인 충북 제천 점말동굴 내부의 유적 일부가 발굴 전에 이미 도굴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신라 화랑의 가치가 담긴 각자(刻字·돌에 새긴 글자) 등이 점말동굴 입구 벽면에 방치돼 있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연세대 박물관 등에 따르면 손보기 전 연세대 박물관장이 주축된 발굴 조사팀은 1973년부터 1980년까지 7차례에 걸쳐 점말동굴을 조사했다.
첫 조사는 1973년 겨울에 이뤄졌다. 발굴 조사팀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동굴 입구 양쪽 벽면은 병풍을 두른 것처럼 웅장했다고 설명했다.
발굴 전인 1972년도 사전 조사에 나선 발굴 조사팀은 점말동굴 내부에서 '구들장' 등 사람의 거주 흔적을 발견했다. 발굴 전이어서 집이 없는 사람들이 임시 거처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굴 조사팀은 이때 현장에서 도굴 흔적도 함께 발견했다. 또 도굴꾼이 점말동굴 내부에서 훔친 동물 뼈 등을 제천지역 장날 등에서 거래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연세대학교 학생 신분으로 발굴팀에 참여한 한창균 전 연세대 박물관장은 "동굴 중간지점에서 고대 동물 뼈들이 많이 출토됐는데, 이이 도굴된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한약방에서 오래된 동물 뼈 등을 한약재로 썼는데, 도굴꾼이 이런 내용을 알고 한약방에 점말동굴 동굴 뼈 등을 팔아넘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사학계와 제천시는 도굴꾼들이 점말동굴에서 어떤 유적을, 어떤 목적으로, 어느 정도 훔쳐 갔는지 현재까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제천시 관계자는 "지난해 점말동굴 외벽을 보존 처리했다"며 "신라 화랑의 각자가 지금도 절벽 돌에 새겨져 있다"며 "앞으로 계속 모니터링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발굴 조사팀은 1970년 중·후반 점말동굴에서 털코뿔이(코뿔소), 동굴곰, 원숭이 등의 선사시대 동물 뼈와 화석 등 1만여 점을 대학교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해 놓고 있다.
k-55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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