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병원비 2600만원, 쓰레기봉투에"…시민 절규에 24톤 파헤친 미화원들
8시간 사투 끝 1828만원 찾아…"고마워서 눈물만 난다"
- 장동열 기자
(세종=뉴스1) 장동열 기자 = 최근 세종시청 누리집에 아들 병원비로 쓰려고 모아뒀던 2600만 원을 쓰레기 봉투에 버렸다 일부 되찾은 시민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달 26일 시청 누리집 게시판에 권 모씨가 '크린넷 너무나 고마운 분들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과 세종시에 따르면 권 씨는 지난달 23일 아들 병원비로 쓸 돈 2600만 원을 쓰레기로 착각해 쓰레기 자동 집하시설(크린넷)에 버렸다.
다음날 새벽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오전 10시쯤 세종시청 자원순환과에 전화를 걸어 이런 사실을 말하며 도움을 요청했다.
전화를 받은 강현규 주무관은 크린넷에 투입된 쓰레기는 폐기물 집하장으로 이송돼 매립된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급히 폐기물 집하장에 연락했다.
즉시 쓰레기 반출을 중단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폐기물 집하장에 도착했을 때 돈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24톤 컨테이너 상자 안에 압축된 쓰레기 더미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크린넷이 강력한 압력으로 쓰레기봉투를 빨아들이면서 쓰레기봉투 대부분은 이미 갈기갈기 찢어진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권 씨는 포기하려 했지만 환경미화원들은 '아들 병원비'라는 얘기를 듣고 쓰레기 더미를 뒤져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들은 쓰레기가 담긴 컨테이너 상자를 넓은 공터로 옮긴 뒤 하나씩 뒤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8시간동안 사투를 벌인 끝에 1828만 원을 찾았다. 나머지 현금은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권 씨는 게시판에 "자포자기로 포기하고 있었는데, 크린넷 과장님한테 조치원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풀고 직원분들과 찾아보겠다고 연락이 왔다"며 "그날따라 어찌나 바람이 불고 추웠던지 크린넷(환경미화원) 일곱 분과 소장님까지 동원하셔서 엄청난 양의 쓰레기 속에 꽁꽁 숨어있는 지폐를 하나씩 찾아주셨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에 눈물만 나왔고 돈으로 살 수 없는 무한한 감사함에 제 심장이 찡했다"며 "작은 사례도 받지 않으시고 저한테 오히려 다 못 찾아준 것에 너무 미안해 하셨다"고 고마워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전날 직원 소통의날 행사에서 이 편지와 희귀질환 신생아를 도운 직원의 사연을 소개했다.
최 시장은 "삭풍이 몰아치는 추운 날 모든 직원이 나서서 쓰레기를 뒤지고, 신생아가 건강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으로 일해 준 사람들이 세종시 공무원이라는 점이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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