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청주시의원들 '예산 승인 조건'에 청주시 "지나친 요구"
"본관 철거 비용, 문화재청과 협의하면 승인"
시 "아쉬운 쪽은 문화재청"
- 박재원 기자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청주시의원들이 본관동 철거 문제를 놓고 청주시에 무리한 타협을 요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 21명은 지난 8일 의원 총회를 연 뒤 "옛 청주시청사 본관에 대한 집행부와 문화재청 간 협의가 있기 전까지 본관 철거를 수용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앞서 집행부는 문화재등록 검토 대상에 포함된 본관동(1965년 준공)을 철거하기로 하고 관련 비용 17억4200만원을 내년도 본예산에 편성했다.
시-문화재청이 협의한 뒤 본관동을 철거하기로 가닥을 잡으면 그때 예산을 승인해 주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철거와 보존을 가름짓는 문화재등록 여부는 양 기관의 '협의'로 결론 낼 사안이 아니다.
상당구 상당로155 옛 시청 본관은 2015년 5월 전국 공공청사 15곳과 함께 문화재 등록 검토 대상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시는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고, 그 근거도 편협·미약하다고 판단해 등록 신청을 거부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이럴 경우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라 시청 본관을 직권으로 등록할 수 있다. 문화재청장이 등록기준에 해당하면 현지 조사를 거쳐 등록할 수 있는 규정이다.
결국 본관 보존 여부는 양 기관의 협의가 아닌 법에 따라 신청 또는 직권으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 입장에서는 철거로 가닥을 잡은 본관동의 보존 여부를 굳이 머리를 숙여가며 문화재청과 협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문화재청도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하다면 시와 협의 과정 없이 직권으로 등록하면 그만이다.
오히려 아쉬운 쪽은 문화재청이다. 문화재청이 직권 등록을 못하는 이유는 '문화재 국가등록에 관한 지침'에서 명시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어려운 경우 국가등록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이다.
본관은 현재 옥탑 '후지산' 모양, 출입구 천장 '욱일기' 형상화로 친일잔재 논란이 있어 섣불리 직권 등록할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반대로 문화재청이 등록 신청을 해달라고 시에 애원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민주당 시의원들이 문화재청에 사정해서라도 철거 의견을 끌어낸다면 예산을 승인해 주겠다며 시를 몰아가고 있다는 게 청주시의 입장이다.
민주당 한 시의원은 "철거 예산을 무조건 삭감한다는 게 아니라 철거 합의만 한다면 승인해 주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집행부는 의회가 예산 승인권을 가지고 있다지만 직원들의 자존심까지 버려가며 예산 구걸을 할 수는 없다는 반응이다.
시의 한 간부 공무원은 "예산 확보를 위한 노력은 필요하지만 법과 절차가 있고, 문제가 있는 사안도 아닌데 읍소하는 식의 협의를 하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라고 했다.
ppjjww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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