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향한 청주시의회 작은 날갯짓의 결실 '정보공개 청구'

1991년 지방의회 재출범 후 관련 조례 제정 추진
헌정 사상 최초…정권 협박 굴하지 않고 초석 마련

1992년 충북 청주시의회가 제정한 '청주시 행정정보공개 조례'가 전국 최초로 시행될 당시 신문에 실린 기사들.(청주시의회 제공).2021.11.2/ⓒ 뉴스1

(청주=뉴스1) 강준식 기자 = "정보공개 청구하겠습니다."

정부를 비롯해 행정기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일은 2021년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지방의회가 30년 만에 부활한 1991년. 군부독재가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민주주의의 첫발을 내디딘 그 시기 행정기관이 시민에게 기관 내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정보공개 청구는 단순히 민주주의의 발전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자그마한 지방의회였던 충북 청주시의회의 노력이 깃든 결실이다.

1991년 7월 청주시의회에서 당시 박종구(78) 시의원을 필두로 29명의 동료의원이 '청주시 행정정보공개 조례'를 발의했다.

해당 조례에서는 '집행기관은 적극적으로 공개대상 정보에 대해 공개할 의무 및 공개청구에 응할 뿐 아니라 자발적으로 필요한 정보 공표'를 집행기관의 의무로 규정했다.

공개청구권자는 청주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거주하는 자, 사업소‧사무소를 두고 있는 개인 또는 법인이었다. 공개대상 정보는 특별한 정보를 제외한 모든 정보다.

정보를 감추기에 급급했던 시대였기에 해당 조례는 전국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조례를 발의한 박 의원은 기무부대에 붙잡혀가 온갖 협박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 의원을 비롯한 청주시의회 의원들은 조례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같은 해 11월 조례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됐지만, 중앙정부와 청주시는 또다시 딴지를 걸었다. '정보공개 의무를 명시한 상위법이 없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6개월간의 심리 끝에 이듬해 6월 대법원은 청주시의회의 손을 들어줬다.

마침내 1992년 10월 청주시에서 정보공개조례가 전국 최초로 시행됐다.

작은 기초자치단체의 지방의회에서 날갯짓을 시작한 '정보공개 청구'는 같은 해 12월 14대 대통령선거 3당 공약사항으로 결정되며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정당 등에서도 국회에 정보공개에 대한 입법을 촉구했고, 당시 행정쇄신위원회에 정보공개제도를 도입할 것을 건의했다.

정부와 국회는 1996년 국가정보공개법을 제정했다. 1992년 지방의회의 문턱을 겨우 넘었던 조례가 국가법이 된 사례다.

청주시의회의 위대한 발걸음은 지방의회 부활 30주년을 맞아 재조명됐다.

행정안전부가 1991년 지방의회 재출범 이후부터 현재까지 주민의 삶을 변화시킨 우수조례와 우수의정활동 사례를 선정하기 위해 '지방의회 30주년 기념 지방의회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지난달 29일 열면서다.

이 경진대회에는 광역 66건, 기초 34건 등 100건의 우수사례가 접수됐다.

최충진 현 청주시의회 의장과 의회 사무국도 '행정기관 보유정보 공개 조례'가 제정된 배경과 의미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경진대회에 출품했다.

결선에 오른 청주시의회는 부산광역시의회의 '개인형 이동 수단 이용 안전 증진 조례'와 성동구의회의 '택배 노동자 등 필수노동자 보호를 위한 최초 조례'를 누르고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최충진 의장은 "현재는 정보공개 청구가 일상화됐으나 정부의 억압이 심했던 그 시기에는 그렇지 못했다"라며 "과거 청주시의회가 제정한 정보공개 청구 관련 조례는 민주주의의 초석이 된 의미 있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 1월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시행되면 지방의회는 독립기관으로서 다시 태어난다"라며 "이에 발맞춰 보다 투명하고, 주민을 위해 일하는 지방의회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적극적으로 제정하는 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의회가 지난달 29일 열린 행정안전부의 '지방의회 30주년 기념 지방의회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통령표창을 수상하고 있다.(청주시의회 제공).2021.11.2/ⓒ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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