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확실한 증거' 오창 여중생 유서, 재판 흐름 바꾸나
의붓아버지 범행 전면부인 속 "혐의 입증할 증거"
2장 분량 유서 "너무 아팠다…나쁜사람 벌 받아야"
- 김용빈 기자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성범죄로 극단적 선택을 한 청주 오창 여중생 사건 재판이 새 국면을 맞았다.
친구의 의붓아버지에게 성범죄를 당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중생의 유서가 3개월 만에 발견됐기 때문이다.
의붓아버지는 범행 자체를 부인하고 있고, 범행을 입증할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발견된 유서는 재판의 흐름을 바꿀 핵심 증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주 오창 성범죄 피해 여중생 아버지는 최근 편지지 2장 분량의 A양 유서를 언론 등에 공개했다.
피해 여중생은 "나 너무 아파 어쩔 수가 없었다. 1월에 있었던 안 좋은 일 꼭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하지 않냐"고 물은 뒤 "나는 그날만 생각하면 손이 막 엄청 떨리고 심장이 두근댄다"고 심경을 밝혔다. 부모와 오빠 등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유서는 최근 유족이 여중생의 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유서는 가해자로 지목된 친구 의붓아버지 재판의 흐름을 바꿀 핵심 증거로 사용될 전망이다.
그동안 친구 의붓아버지의 혐의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는 사실상 없었다.
A양의 경찰조사 당시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였다. 함께 피해를 본 B양의 진술이 자주 바뀌면서 A양의 진술까지 신빙성을 잃어갔다.
앞서 발견된 B양의 쪽지 형식의 유서에서도 성폭력 피해를 입은 정황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의붓아버지의 구속영장은 세차례나 반려됐다.
법조계는 유서가 A양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고, 의붓아버지의 범행을 입증할 증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그동안 증거다운 증거는 A양의 진술 밖에 없었지만, 함께 숨진 친구의 진술이 매번 바뀌면서 A양의 진술이 신빙성을 잃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번 유서가 발견됨으로 그동안 A양이 해온 진술들이 완벽성을 갖추게 됐다"며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서 충분히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12일 오후 5시쯤 청주시 오창읍 창리 한 아파트에서 여중생 2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숨졌다.
두 여학생은 숨지기 전 경찰에서 성범죄와 아동학대 피해자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의자는 두 학생 중 한 명의 의붓아버지였다. 이후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진 피의자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 23일 열린 첫 공판에서 피의자와 변호인 측은 공소사실 상당 부분을 부인했다.
의붓딸과 그 친구에게 저지른 성범죄 혐의는 전면 부인했고, 술을 먹이는 등 학대한 혐의만 일부 인정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5일 청주지법에서 열린다.
vin0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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