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선택 심각하게 고민"…벼랑 끝에 선 충북 청소년들
자살 고민·계획·시도 청소년 ↑…충북 각종 지표서 전국 상위권
재발 방지책 일회용 불과…"이해·통찰 바탕으로 대응책 마련을"
- 조준영 기자
(청주=뉴스1) 조준영 기자 = #1. 2018년 9월 충북 제천시 한 4층 상가 건물 옥상에서 여고생 A양(16)이 스스로 몸을 던져 세상을 등졌다. A양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날은 개학을 불과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경찰 수사 결과, A양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동급생과 선배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 숨통을 조여 오는 욕설과 협박. 꽃다운 나이 여고생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2. 지난 5월 청주에서도 여중생 2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같은 학교 친구 사이였던 두 학생은 성범죄와 아동학대 피해자였다. 피의자는 한 여학생의 계부였다. 의붓딸도 모자라 그 친구에게까지 몹쓸 짓을 했다. 그러나 두 여학생이 숨지기 전까지 피의자 구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러 차례 영장이 기각되면서 흐른 시간만 무려 3개월. 기댈 곳이 없던 두 학생은 끝내 한 아파트 옥상에 올라 세상과 작별했다.
충북지역 청소년 상당수가 생사의 갈림길에 서서 방황하고 있다. 한창 예민한 시기, 학교폭력을 비롯한 외부 충격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세상을 등지려는 경우다.
도내에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거나 계획하는 것은 물론 실행에 옮기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표한 '2021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전국 표본학교 800곳에 재학 중인 중1~고3 학생 5만73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도내 청소년 자살생각률은 14%였다. 전북과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충북은 2015년과 2016년에도 청소년 자살생각률 부문에서 2년 연속 전국 2위라는 오명을 얻은 바 있다.
성별 기준으로 보면 특히 여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1년 사이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한 여학생 비율은 18.4%로 전북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스스로 세상을 등지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청소년 비율 역시 전국 상위권을 차지했다.
도내 청소년 자살계획률은 전북(5.2%)과 세종(4.8%) 다음으로 높은 4.6%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0.9% 오른 수준이다.
계획에만 머무르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청소년 비율은 매년 순위권에 든다.
지역별 청소년 자살시도 현황 추이를 보면 충북은 △2016년 전국 2위(3.1%) △2017년 전국 1위(3%) △2019년 전국 3위(3.3%)였다.
OECD 표준인구를 사용, 국가별 연령구조에서 비롯한 사망 수준 차이를 보정한 연령표준화 값을 기준으로 따져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인구 10만명 당 도내 청소년(9~24세) 자살률은 9.8명이다. 전국 평균(9.9명)과 비교해 근소하게 낮으나 OECD 회원국 평균(5.9명)보다는 앞선다.
청소년 자살 문제는 여러 요인이 혼재돼 일어난다. 일이 터질 때마다 관계기관에서 내놓는 재발 방지책이 '일회용'에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부 전문가는 원인이 다양한 만큼 보다 큰 맥락에서 현상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여주기식'이 아닌 청소년이 받는 상대적 박탈감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방안을 조속히 도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신은정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정책지원본부장은 "청소년 자살 문제는 여러 원인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일어나는 특성이 있다"면서 "제대로 된 이해와 통찰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 내놓는 대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현장은 물론 학교 밖 사회 전반에 청소년 정신 건강이나 자살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아이들에게 믿고 말하고 기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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