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앞에 당당하길"…식산은행 철거논란 '재점화'

충주 시민단체, 기자회견 열고 식민잔재 철거 촉구
충주시 "절차상 문제 없어…활용 방안은 적극 수용"

충주 옛 식산은행 충주지점 건물 복원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충주시청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2019.12.09/ ⓒ 뉴스1

(충주=뉴스1) 윤원진 기자 = 충북 충주에서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옛 식산은행 건물을 놓고 '활용과 철거' 논란이 재점화됐다.

9일 '일제강점기 조선 식산은행 충주지점 건물 복원반대 시민행동'은 충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식산은행 건물 철거를 주장했다.

이들은 "충주시가 시민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2015년 6월 가구점 점포로 운영되던 옛 식산은행 건물을 7억여원을 들여 매입한 데 이어, 주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시 근대문화전시관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는 식산은행 건물을 반면교사로 삼고, 교육·관광 등 자원으로 활용해 나간다는 계획이지만, 외국에서도 식산은행처럼 침략과 수탈의 도구로 사용된 건물과 시설은 철거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시민행동은 "우리가 복원에 반대하는 이유는 식민잔재로 인식하고 있던 건물을 세금을 들여 구입하고, 나아가 복원하고 보존하겠다는 충주시의 주장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면서 "지역의 역사를 망각하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외면하고 있는 충주시가 아픈 역사도 역사라며 식산은행을 복원한다고 하니 어처구니없고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예산 편성은 기만적이고 실망을 넘어 분노스럽다. 예산 심의 요청을 비롯한 식산은행 복원을 위한 사업계획을 전면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식민잔재를 다시 살리겠다는 생각은 역사의 죄악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길 바라며 역사 앞에 당당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행동은 지난 3월 1일에도 옛 식산은행 건물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자 집회신고를 내고 반대 운동에 나선 바 있다.

이후 집회를 통해 식산은행 부지에 현수막을 내걸고 시민들을 대상으로 반대 서명운동을 벌여왔다.

식산은행 충주지점 복원 논란은 건물이 발견된 201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충주시는 주민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에 따라 문화재청에 가치를 물어 등록문화재로 지정됐으니 논란은 마무리됐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런 이유에서 식산은행 건물 인근 시유지를 평화의 소녀상 조성 부지로 추진단체에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식산은행 복원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은행 부지가 충주읍성 내 남별당과 포수청 부지로 예상되는 만큼, 복원을 해야 한다면 식산은행이 아니라 '충주읍성'이라는 주장을 펴 왔다.

하지만 시는 이런 시민들의 주장을 이해하면서도 현재 상황에서 철거는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관리를 해야 하는 건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에 따르면 현재 식산은행 건물을 근대문화전시관으로 활용하기 위해 국비 6억1500만원을 확보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주장은 이해는 가지만, 이 사안은 2016~2017년에 공청회나 주민 의견수렴 등 과정을 거쳐 문화재청에 등록 신청이 됐던 사안"이라면서 "다만 근대문화전시관보다 좋은 활용 방안을 제시한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blueseeki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