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로케이 경영권 다툼 할 때인가"…이시종 '격노'

항공운항증명 신청 등 취항 일정 지연에 강한 불만
"충북도민 헌신으로 LCC 면허 받았는데"… 지역여론 악화

이시종 충북지사.ⓒ 뉴스1

(청주=뉴스1) 송근섭 기자 =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면허를 발급받은 ‘에어로케이’의 경영권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자 이시종 충북지사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28일 복수의 충북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지사는 전날 간부회의 석상에서 에어로케이의 항공운항증명(AOC) 신청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을 언급했다.

그는 ‘충북도민이 모두 헌신적으로 나서 도왔는데 지금 경영권 다툼을 할 때인가’, ‘하루 빨리 AOC 신청과 운항 준비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충북도민의 이름으로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에어로케이 측에도 이러한 충북도의 입장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평소 차분한 성격의 이 지사가 이처럼 강한 발언을 쏟아낸 것은 지난 3월 면허 발급 이후 에어로케이의 행보에 적지 않은 불만·불신이 쌓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면허 신청이 반려됐던 에어로케이는 재도전 끝에 지난 3월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운송사업 신규 면허를 발급 받았다.

신규 항공 면허가 발급된 것은 2015년 12월 에어서울 이후 처음이다.

에어로케이가 어렵게 신규 LCC로 면허를 받기까지는 충북을 비롯한 충청권의 노력과 지원도 적지 않았다.

그동안 충청권 시·도지사와 광역의회 의장단, 상공회의소, 관광협회 등은 청주공항 거점항공사 유치를 위해 에어로케이 면허 발급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잇따라 발표했다.

‘충북 항공·관광산업 육성 범도민추진위원회’ 등 지역 민간단체도 대정부 건의활동에 동참했다.

지난 2월에는 충청권 16개 대학 항공 관련학과 학생들도 청주공항 거점항공사를 유치해달라며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에 7000명 서명지를 전달했다.

이같은 충청권 민관의 공조와 노력에 힘 입어 에어로케이는 업계 반발 등을 극복하고 면허를 발급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에어로케이는 경영권을 둘러싼 잡음에 휩싸였다.

ⓒ News1

에어로케이 최대주주인 에이티넘파트너스 측에서 강병호 대표이사 해임을 시도했다가 국토부에서 제동이 걸렸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이후 강 대표는 지난 5월 말 임기가 만료됐지만 아직까지 이사회에서 연임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는 강 대표가 대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이사회 연임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공식적인 대표 자리는 비어있는 상태다.

지난 6월에는 에어부산 경영본부장 출신 최판호 부사장이 경영진에 합류하면서 ‘대표이사 교체설’에 더 무게가 실렸다.

이처럼 회사 경영에 혼란이 계속되면서 이달 중 추진하기로 했던 AOC 신청도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달 AOC를 신청하고 내년 2~3월 첫 취항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AOC 신청이 늦어지면서 내년 상반기 취항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이 지사를 비롯한 충북지역에 에어로케이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청주공항 활성화를 위해 LCC 유치에 적극 나섰는데, 에어로케이는 취항 준비에 나서기는커녕 경영권 다툼만 벌이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도민의 역량을 모아 면허 발급을 도왔는데 지역에 기여하기는커녕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면 우리의 기대를 배신하는 것 아니냐”면서 “이 지사도 상당히 격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에어로케이 내부에서는 지난 3월 함께 신규 LCC 면허를 받은 에어프레미아의 대표 변경 허용 여부에 따라 경영권을 둘러싼 혼란이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국토부가 에어프레미아의 변경면허 신청을 승인하면 에어로케이도 대표이사 교체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경우 변경면허 심사에 1~2개월 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에어로케이의 AOC 신청과 취항 준비는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에어로케이 한 관계자는 “조만간 에어프레미아의 변경면허 심사 결과가 나오면 회사 내부의 경영권 교체 여부가 가닥이 잡힐 것 같다”면서 “충북도의 입장과 이 지사가 격노했다는 사실도 들었지만, 당장 AOC 신청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songks85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