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조례' 재의요구…집회도 직무 인정될라
"권익옹호 활동 범위 불명확"…예산편성·사무집행권 제약도 우려
2020~2022년 직무활동 절반 집회·시위·캠페인…시의회에 재검토 요구
- 구진욱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서울시가 중증장애인의 권익옹호 활동 등을 공공일자리로 인정하는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조례안'에 대해 서울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권익옹호 활동의 범위가 불명확해 집회·시위까지 공공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논란이 생길 수 있고, 특정 사업 지원을 의무화해 시장의 예산편성·사무집행권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지난달 30일 '서울특별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해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고 1일 밝혔다.
개정안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정의하고 관련 일자리의 개발·보급 및 확대를 추진계획에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거나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중증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해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와 장애인평생교육시설 등과 연계한 지원도 규정했다.
시는 공공예산이 투입되는 일자리인 만큼 어떤 활동을 직무로 인정할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개정안은 인식개선과 문화예술, 권익옹호 활동 등을 직무로 규정했지만 '권익옹호 활동'의 구체적인 범위나 판단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특히 캠페인이나 집회 참석 등을 공공일자리의 직무로 인정할지를 명확히 하지 않을 경우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집회까지 공공예산 지원 대상이 되는지를 두고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시는 과거 사업에서 집회·시위·캠페인 활동 비중이 높았다는 점도 재의요구 근거로 들었다. 2023년 운영실태 조사 결과 2020~2022년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참여자의 전체 직무활동 가운데 집회·시위·캠페인 관련 활동은 50.4%를 차지했다.
예산편성권과 사무집행권을 제약할 가능성도 문제 삼았다. 개정안 제7조의2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거나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중증장애인을 우선 지원하기 위해 시장이 예산 범위에서 자립생활 프로그램 및 평생교육과의 연계 지원 등을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시는 특정 사업의 확대 계획과 지원 방식을 조례로 의무화하면 고용환경이나 장애 특성, 사업 성과 등에 따라 정책을 설계·집행할 시장의 재량이 제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립생활지원센터와 장애인평생교육시설 등 특정 기관과의 연계·지원을 의무화한 부분 역시 시장의 사무 관리·집행권을 규정한 지방자치법 제116조와의 관계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상위법인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과의 정합성도 재검토 사유로 제시했다. 권익옹호 활동 등이 참여자의 직업 경험과 자립으로 연결되도록 직무 내용과 운영 기준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는 노동시장에서 배제돼 온 최중증장애인에게 권익옹호·장애인 인식개선·문화예술 활동 등을 일자리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2020년 사업을 도입했으나 2023년 말 사업을 종료했고, 이후 이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갈등을 빚어왔다. 시는 2024년부터 주 20시간의 ‘맞춤형 특화일자리’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조례에 명시해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지난 8월 10일 발의돼 9월 11일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서울시의 재의요구에 따라 조례안은 시의회에서 다시 표결 절차를 밟게 된다.
정진우 서울시 복지실장은 "서울시는 중증장애인의 고용과 자립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왔다"며 "공공일자리가 참여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시민의 신뢰 속에 운영될 수 있도록 직무 기준과 사업 추진 방식, 예산·집행 권한에 관한 쟁점을 시의회가 다시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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